40여명 참석 작심한 듯 金 성토 "개헌논쟁·인사권 사유화로 잡음"
金 대표는 기자단과 송년 오찬 "사당회라니…" 불쾌한 심기 역력
새누리당 친박 주류가 대규모 송년 모임으로 세력을 과시하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혼자 전횡을 하려 한다”는 말로 비박계 지도부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친박ㆍ비박계 간 세력갈등이 본격화하는 징조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친박 핵심 중진 7명이 ‘대선 승리 2주년’인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새해부터 당내 주도권 경쟁이 심상치 않게 전개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친박계, 김무성 정면 공격…“득표율 29%로 92% 득템하려 해”
친박계가 추축이 된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30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대규모 송년 오찬 모임을 열고 작심한 듯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강하게 성토했다. 이날 모임에는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3선의 김태환ㆍ서상기ㆍ안홍준ㆍ홍문종 의원 등 40명 가량이 참석했다.
포럼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모두발언부터 김 대표를 겨냥했다. 유 의원은 “선명하지 못한 당청 관계, 국민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는 개헌 논쟁,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으로 갈길 먼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이런 행태가 야당이 아닌 여당 내부로 비롯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도 모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최고 선배로서 길을 잘 못 가면 지적할 의무가 있다”며 “(김 대표가) 내년엔 좀더 많은 당내 소통을 하고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 주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회동 이후에는 비판 수위가 더 높아졌다.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의) 득표율은 29%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 한 마디로 92% ‘득템’(수확을 뜻하는 인터넷 게임 용어)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당청 관계가 전례 없이 삐걱거리고 금 가고 있다”고 쓴 소리를 쏟아냈다. 유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득표율에 비해 대표가 자기 혼자 모든 것을 전횡하는 듯한 모습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서 최고위원은 비공개 자리에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거론하며 “여태까지 당직 인선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 적이 없었다”고 거듭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1등 공신’ 김 대표, 대선 2주년 청와대 만찬 배제 논란
정치권에서는 당대표 경선 패배 이후 말을 아껴왔던 서 최고위원이 최근 들어 부쩍 목소리를 높이는 등 친박계가 ‘김무성 지도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게 심상치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대선 승리 기념 성격도 있는 19일 청와대 만찬회동에 ‘원조 친박’이자 대선 1등 공신으로 꼽히는 김 대표가 제외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참석자 대부분이 참석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데다, 회동 이후 김 대표에 집중포화가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미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박 대통령과의 교감 아래 조직적으로 비박계 지도부 때리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출입기자단 송년오찬에서 지난 19일 청와대 만찬회동과 관련해 “대통령이 의원들과 대화하는 건 좋은 일”이라며 직접적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본인이 초청되지 못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게 못되게 질문을 하느냐”고 웃었지만 불쾌한 심기를 완전히 감추진 못했다. 이날 송년오찬에는 이인제ㆍ김태호ㆍ김을동 최고위원과 이군현 사무총장 등 주요당직을 맡은 의원들이 함께 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비슷한 시간에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 자신을 겨냥해 쏟아진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대표로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데 무슨 사당화냐”며 “내가 반 이상 (친박계 쪽에 당직을) 내놨다. 반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현재 진행 중인 당협위원장 선정을 “국민의 뜻을 물어 전부 여론조사로 하겠다”며 “(내년 4월 치러질) 3개 지역 보궐선거 공천도 100% 지역 주민의 뜻에 맡기고, 내년 1월 안으로 조기 공천하겠다”고 밝혔다. 공천권을 내려놓는 직접적 결단을 통해 친박계 공세에 적극 맞서겠다는 의지로 풀이 된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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