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사는 전형적이다. 이념이 거기 서린다. 저열한 복수심을 영웅은 고상한 용서로 승화한다. 극의 정작은 외려 핍진한 묘사다. 현실이 반응한다. 문제는 보고 싶은 대로 보는 편견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용서와 사랑, 화합을 그린 영화가 제격이다. 미국에서 이번 크리스마스에 개봉된 ‘언브로큰(UNBROKEN)’의 흥행이 이를 잘 말해준다. (…)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감독 데뷔 후 두 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에 포로로 잡혀 온갖 고생을 하다 생환한 미국 육상스타의 실화를 그렸다. 잔혹한 고문을 당했던 주인공이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일본군 간수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알코올중독 등으로 거의 폐인이 되었다가 신앙에 눈뜨고 옛 간수들을 용서한다는 줄거리다. 일본 우익들이 일본군의 잔학상을 부각시켰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용서와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에 비하면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또 하나의 이번 크리마스 개봉작 ‘인터뷰’는 영 딴판이다. 사이버 공격과 테러 위협, 개봉 취소 등의 소동 끝에 일부 독립극장과 온라인을 통해 개봉된 이 영화는 증오를 부추기고 인종차별적인 욕설로 가득하다. (…) 영화 ‘인터뷰’ 속의 인종차별적 표현이나 북한이 오바마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도찐 개찐’이다. (…) 물론 오바마 정부는 영화 ‘인터뷰’제작에 직접 관련이 없지만 ‘인터뷰’의 후유증은 앞으로 상당기간 미국정부의 대북정책을 제약하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남북간에도 그런 일이 흔하다. 뭐 좀 해 보려고 하면 훼방꾼들이 나타난다. 인천아시안게임과 북측 권력실세 3인의 방남으로 무르익었던 대화 분위기가 몇몇 탈북자 단체의 대북삐라 살포로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북한으로 통하는 바다에는 늘 크고 작은 풍랑이 인다. 북한과 무슨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그 풍랑들을 헤치고 나아갈 수 있는 튼튼한 배가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정부측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9일 북한을 향해 또 한 척의 배를 띄웠다. (…) 평화의 동물 양의 해 을미년 새해에는 남북이 어떤 풍랑도 헤쳐나갈 수 있는 튼튼한 화해와 교류협력의 배를 띄웠으면 좋겠다.”
-증오의 영화, 용서의 영화(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계성 수석논설위원) ☞ 전문 보기
“지구촌이 할리우드 영화 두 편 탓에 시끌벅적하다. 앤젤리나 졸리가 메가폰을 잡은 전쟁영화 ‘언브로큰’과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 암살이란 독특한 소재의 코미디 ‘인터뷰’. 세계적인 여배우 감독의 ‘언브로큰’은 일본의 반발에 직면해 있고 ‘인터뷰’는 북한의 항의에 제작사와 미국 정부가 심한 몸살을 앓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그런데 세계의 관심 속 화제 만발인 두 영화를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그 내용과 반응의 유사함을 뛰어넘는 공통점이 도드라진다. 한국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언브로큰’에는 일본이 부인하는 일본군 위안부며 강제동원, 학살, 노역 같은 만행의 과거사가 어쩔 수 없이 포개진다. (…) 한편 ‘인터뷰’는 분단ㆍ대척의 비상식적 남북 관계를 좌우하는 북한 최고권력자의 솔직하고 숨겨진 위상 노출이 압권이다. 지금 일본 우익세력의 목소리와 행동은 아베 신조 정부의 행보와 톱니처럼 맞물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 그런 마당에 전해진 한ㆍ미ㆍ일 3국의 ‘북한 핵ㆍ미사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 소식에 적지 않은 이들이 뜨악해한다. 일본의 몰아치는 우경 군국화의 언저리에서 ‘뭐 이래야 하는 거냐’는 고갯짓이 많다. (…) 내년을 ‘통일대전 완성의 해’로 선포한 북한은 평화 제의의 한쪽에서 전면 전쟁을 밥 먹듯이 입에 올리고 있다. (…) 강대국 눈치를 살피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외교적 대응, 그리고 당하고도 아프단 소리조차 제대로 못 내는 대북 응수의 답답함…. 한반도를 둘러싼 난기류가 심상치 않은 송구영신의 건널목에서 ‘언브로큰’ ‘인터뷰’ 속 장면이 그저 그런 화젯거리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들이다.”
-‘언브로큰’과 ‘인터뷰’(서울신문 ‘세종로의 아침’ㆍ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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