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사고 빈발 이후 달라진 모습, 소초에 수신용 전화기 개설
SNS로 병사들 모습 실시간 공개, 휴일면회·대대급 부대개방행사도
갑오년 한 해는 유난히도 병영 사고가 많았다. 4월 육군 28사단에서 윤모 일병이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구타로 사망하는가 하면 6월에는 임모 병장이 부대원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사건까지 일어났다. 특히 최전방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은 ‘관심병사’였던 것으로 드러나 전방 경계근무 시스템 및 관심병사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잇단 병영 사고에 직면한 국방부는 민관군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병영문화 개선안까지 제시했다. 일부 개선안이 육군 최전방부대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돼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29일 강원 인제 최전방 부대인 육군 12사단 GOP를 찾았다.
GOP소초마다 수신용 전화기로 가족과 통화
철책을 마주하고 있는 GOP 소초는 민통선 안쪽의 후방기지 부대에서도 소형 군용트럭으로 30분이나 걸렸다. 30명이 생활하고 있는 소초는 주간에도 경계근무를 나간 병사를 제외하고 야간 경계근무를 준비하거나 자기 정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생활관 내부에 마련된 공용 컴퓨터 앞에서 검색에 열중하는 병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병사들은 잇단 병영 사고 이후 GOP 소초에서 가족들과 수시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된 점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상황실 근무병인 권기태(21) 일병은 “겨울 들어 기온이 많이 내려갈 때는 부모님이 일주일에 4,5통씩 전화를 걸기도 한다”며 사무실 한 켠에 놓인 전화기를 가리켰다. 외부로 걸 수는 없고 단지 가족들이 걸어오는 전화를 받을 수만 있는 수신용 전화기는 지난 9월 GOP부대에 일괄 배치했다고 한다. 권 일병은 “다른 부대에서라도 병영 사고만 터지면 전화기가 북새통을 이룬다”고 전했다.
GOP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하나인 ‘밴드’가 등장한 것도 변화의 하나다. 소초장이 일괄 관리하는 밴드에는 멤버인 소초원 가족들에게 병사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소초장인 박찬기(25) 소위는 “병사들의 생일이나 부대 행사 사진을 일주일에 최소 10장 정도는 올린다”며 휴대폰을 꺼내 ‘아들 웃는 모습에 엄마 걱정이 모두 사라지네. 아들 건강하고~’, ‘아들 피곤한가 보네. 비록 조는 모습이지만 엄마는 기뻐’ 등의 가족들 댓글이 달린 해당 GOP부대 밴드를 자랑했다.
GOP 근무 병사들에게 휴일면회가 허용된 것도 큰 변화다. 소초장 박 소위는 “GOP경계부대는 그 동안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병영사고 이후 휴일면회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면회 실시 이후 소초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이 밖에 잇단 병영 사고 이후 의무병이 배치되고 개인별로 ‘전투용 응급처치 키드’가 보급되는 등의 변화상도 있었다. GOP소초는 아직 완전 개방되지 않았지만 GOP부대를 포함해 최전방 부대를 책임지고 있는 부대의 경우 대대급 단위로 부대개방행사도 열고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GOP 경계는 더욱 강화
병영문화 개선에도 불구하고 철책을 마주하고 선 GOP소초는 24시간 내내 고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주간에도 각 철책 각 초소에는 실탄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삼엄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철책 넘어 2km가량 이어진 험악한 산악 지형 건너 편에는 북한군의 GOP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소초장 박 소위는 “을지부대가 책임지고 있는 GOP는 대부분 산악과 계곡으로 이어져 있어 북한군의 주요 침투 경로”라며 “주야를 불문하고 한 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내년을 통일대전 완성의 해로 선포하면서 무력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전방 GOP의 긴장도와 함께 경계근무 강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철책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강현재(21) 일병은 “GOP에서는 ‘선 조치 후 보고’가 원칙”이라며 “적으로 확인되면 사살하고 후에 보고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제=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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