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 Popular Phrases
하버드 법대 복도 벽에 있는 명구의 마지막 부분을 살펴보자. 18세기 영국 보통법의 권위자였던 William Blackstone 경은 “열 명의 죄인을 사법 처리를 못할지라도 한 명의 죄 없는 사람이 처벌받아서는 안된다(It is better that ten guilty persons escape, than that one innocent suffer)”고 했다. 인간이라면 사적이든 공적이든 잘잘못을 떠나 각자의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법이 바로 이 정신을 근간으로 만들어졌고 미국과 영국에서 법률 교육 시간에 반드시 이 항목을 배우게 된다. 지금까지도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을 Blackstone's radio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큼 그의 법 이론이 크게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하버드 법대 벽의 다른 부분도 살펴보자. “법의 울타리 보호막을 없애는 것은 실제 정치 현실에서 인간의 자유를 빼앗고 없애는 것이고 전제정치에서나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 사이의 자유 공간은 법의 울타리로 정하는 것이고 그것이 실제 자유의 공간이기 때문이다(To abolish the fences of laws between men, as tyranny does, means to take away man's liberties and destroy freedom as a living political reality; for the space between men as it is hedged in by laws is the living space of freedom).” 유대계 독일인 Hannah Arendt의 말이다.
Arendt는 철학 논문을 쓴 뒤 나치 독일의 비밀 경찰 Gestapo로부터 조사를 받게 되자 1933년에 독일을 떠나 파리로 가서 유대인 난민을 돕다가 2차 대전을 맞았다. 1941년에는 프랑스 남부에서 외국인 적(enemy alien)으로 몰려 감금됐다가 미국 New York으로 갔다. 그는 1944년 정치 사상가로서 권력의 속성과 남용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 미국 시민이 된 이듬해인 1951년에 '전체주의의 기원'이라는 책을 냈다. 독일의 나치와 소련의 스탈린주의의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을 분석해 철학과 역사학적 관점에서 조명한 책이다.
한나 아렌트는 민주 체제에서는 법의 울타리가 보호막이 되지만 폭군 정치에서는 협박과 공포를 조성하여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없앤다고 말했다. 남용된 권력이 인간의 기본권을 제한할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하버드 법대 벽면에 적힌 Blackstone과 Arendt의 문구에서 법이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함을 강조하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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