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 새해 금연 결심자들 북적
니코틴 패치 등 금연 물품 동나
"세수 확보 급급" 정부에 불만도
30일 인천 남동구 만수동 남동구보건소 금연클리닉. 4명의 금연상담사 앞자리는 금연 상담을 받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상담을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자들도 많았다. 금연클리닉 한쪽에는 상담을 받은 사람들이 버리고 간 담배갑과 라이터가 투명한 아크릴 상자에 가득 담겨 있었다.
7년째 금연상담사로 활동 중인 권명숙(46)씨는 “어제 하루에만 64명이 보건소를 찾아 금연 상담을 받았다”며 “예년 이맘때는 금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이 왔다면 지금은 평생 담배를 태운 할머니 등 생전 처음 금연을 결심한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새해부터 담뱃값이 2,000원 오르고 모든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됨에 따라 금연 열풍이 불면서 보건소 금연클리닉마다 새해를 맞아 금연을 결심한 흡연자들로 붐비고 있다. 보건소에서 “그 동안 금연을 위해 보건소를 찾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던 적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다.
남구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만난 한 금연상담사는 “상담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 상담사들이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라며 “니코틴 패치와 껌, 금연 성공 기념품 등 물품 확보와 상담사 확충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구의 경우 작년 12월 한달 금연클리닉 방문자가 602명에서 1.084명으로 급증했다. 부평구도 같은 기간 309명에서 696명으로 늘었다. 부평구보건소의 경우 29일 하루 방문자만 124명에 달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10개 구군 보건소 금연클리닉 방문자는 8월 1,695명에서 담뱃값 인상이 결정된 9월 3,015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10월에도 2,989명으로 꾸준한 수준을 유지했다. 11월은 방문자 폭증에 따른 일손 부족으로 정확한 통계 산출이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금연클리닉을 찾는 흡연자들은 대부분 금연을 결심한 이유로 담뱃값 인상을 꼽으면서 한편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도 한 몫 했다고 말하고 있다.
담배를 10년 넘게 피웠다는 윤준(32)씨는 “결국은 세수 확보를 위해 담뱃값을 올리는 것 아니냐”며 “늘어난 세금이 어떻게 쓰여질지 모르기 때문에 이 참에 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모(40)씨도 “담배를 끊으라는 것인지, 돈을 더 걷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처사가 괘씸해 담뱃값 인상 발표 직후 금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뿐만 아니라 흡연과 흡연자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건소 측은 설명했다. 또 담뱃값 인상이라는 명확한 금연 사유가 있다 보니 금연에 실패하는 비중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 너무 따가워 담배를 끊겠다고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며 “새해를 앞두고 금연을 다짐했다가 작심삼일에 그치는 분이 많았지만 담뱃값이 오르는 내년에는 조금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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