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기이지만 전반적 사회 분위기도, 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마음도 무겁다. 각종 대형 사건사고가 잇따른 한 해였고,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소비위축,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서민의 삶은 고단하고, 수익이 급감한 기업의 사기는 바닥을 기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2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4년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공공기관 개혁을 비롯한 38개 주요과제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고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안이한 인식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과 각 부처는 공공기관 개혁과 규제개선, 국민이 신뢰하는 국방태세 확립 등 대부분의 국정 과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도 “정부가 대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4대 국정기조를 실현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다”며 긍정적 발언을 더했다. 한 해의 성과를 점검하고 더 잘하라는 격려와 상호 다짐을 하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평가에 공감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구심이 앞선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 부채비율과 방만경영을 개선했다고 정부는 자랑했지만, 근본적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자산 매각에 따른 일시적 성과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주요 핵심 보직에 친박계 인사의 낙하산 논란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아 개혁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했다. 각종 방위산업 비리와 병영 내 가혹행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확고한 국방 태세를 확립했다는 뚱딴지 같은 평가는 또 뭔가. 규제개혁도 소리만 요란했을 뿐 서비스업 등 핵심 분야에선 진전이 없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투자활성화와 경제민주화 토대 마련을 성과로 꼽은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기업투자 환경을 개선해 투자활성화의 불씨를 살렸다고 하지만, 기업들이 유보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걸 모르고 한 얘긴지 궁금하다. 경제민주화는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이미 용도 폐기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지금 암울한 전망 속에 새해를 맞고 있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저성장·저물가·엔저(低)의 삼각파도 속에 한국 경제가 침몰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부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준비 태세와 경각심을 갖춰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민 상당수는 지난 1년간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거나, 적어도 피부에 와 닿는 국정의 성과가 없다고 보고 있다. 국민 여론과 거리가 먼, 한가한 자화자찬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새해 집권 3년차를 맞는 현 정부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는 엄중한 현실을 자각하고 비상한 각오와 자세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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