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고(故) 신해철(46)씨 사망 과정에서의 의료과실 여부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경찰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30일 용산구 이촌로 의협회관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어 신씨의 사망건에 대한 의료감정조사위원회의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의협은 "천공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의료과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심낭기종 소견이 있었음에도 심낭 천공에 대한 발견과 이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술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수술후 고열과 통증을 호소한 신씨에 대해 병원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은 의료과실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의협은 이와 관련해 "복막염 진단을 위한 최소한의 진찰과 검사가 시행됐지만 입원 상태를 유지하며 지속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협은 "다만 환자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것과도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신씨가 투약을 거부하고 퇴원을 주장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이 근거다.
감정조사위원인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는 "그렇다고 의료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며 추후 경찰에서 가려질 부분"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병원과 신씨 양측 모두에게 과실이 있다고 결론 내린 셈이다.
신씨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 송파구 S병원 측의 의료과실 여부가 명쾌하게 결론나지 않으면서 공은 다시 경찰로 넘어가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감정 결과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고, 의사협회와 별개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의료과실 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 만큼 양측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번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이날 의협 발표에 대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의협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내놓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난감하다"면서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와 의학계에서는 유족과 병원 간에 지루한 법정 다툼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의협이 신씨를 수술한 S병원 강모 원장에게 과실이 있다고 결론 내렸지만 신씨에게도 의사 지시에 따르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 어느 쪽 과실이 더 크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지 않아 논란이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에 비춰보면 경찰은 강 원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가능성이 커 보이나, 강 원장의 의료과실 여부와 신씨의 사망에 대한 책임 정도는 결국 재판에서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월 17일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은 신씨는 5일 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고 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같은 달 27일 결국 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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