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고질적인 은폐ㆍ축소 습성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중대한 외교안보 현안에서다. 국민이 정서상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한ㆍ미ㆍ일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공유 약정’ 체결 시점을 놓고 국방부가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초 국방부는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약정 서명은 29일에 한다”고 밝혔다. 약정서는 미국과 일본, 한국을 거쳐 온라인으로 서명을 하게 돼 29일에야 완료된다고 설명했다. 약정 원문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서명 완료 전까지 3국간 협의로 약정 내용이 수정될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말이 거짓말로 밝혀졌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그제 국회에서 “서명은 미국이 23일, 일본이 26일 했으며 한국도 26일 오후에 했다”고 밝혔다. 기자설명회가 있던 시각 이미 미국과 일본의 서명을 받은 상태였고, 한국도 그날 서명했다는 얘기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며칠 후면 밝혀질 거짓말을 눈 하나 깜짝 않고 태연히 할 수 있는가 싶다.
국방부는 2012년 한ㆍ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을 추진할 때도 똑 같은 짓을 했다.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하고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고, 이어 협상안을 국무회의에 몰래 상정해 처리하려다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고, 결국 철회했다. 국방부는 그 사태 이후 이번 약정을 추진하면서 “진행 상황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이 말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끝까지 국민을 속였다. 국방부는 협상 과정에서 진전 상황이나 내용을 국회에 제대로 보고한 적이 없을뿐더러 언론에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한ㆍ미ㆍ일 군사정보 공유 약정은 일본의 군사대국화 용인과 미국의 MD체계 연계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논란의 소지가 많다. 그런 만큼 여론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투명한 추진이 요구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보현안은 투명한 추진이 필수적이다.
국방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경위를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당장 야당에서는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한 장관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약정 내용에 말 못할 내용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국방부 스스로 화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금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져있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군이 어떻게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 자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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