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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ㆍ사랑ㆍ죽음이란...사제들에게 준 열두 번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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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ㆍ사랑ㆍ죽음이란...사제들에게 준 열두 번의 가르침

입력
2014.12.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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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수환 추기경 강연집 출간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삶이, ‘고통 없는 삶’과 같은 말일까. 고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었다면 단호하게 ‘노’라고 대답했을 터다. 김 추기경은 “고통이 무엇인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움이 없다면 그것이 어떤 인생이겠느냐”며 “깊이가 없는 인간, 인간의 모습을 지니기는 했어도 인간의 정과 마음이 없는 비인간의 상태일 것”이라고 답한다. “다행히도 고통이 없는 인간이 현실에는 없기 때문에 상상해볼 뿐”이라면서 말이다.

김 추기경이 생전 가톨릭 사제들에게 했던 강연을 묶은 ‘거룩한 경청’(여백 발행)에 나오는 얘기다. 1999년 5월 7∼14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이 경기 의정부에서 연 사제 연례 피정에서 한 강연이다. 김 추기경은 하루 두 번씩 6일간 사랑, 고통, 죽음을 주제로 사제들 앞에 섰다. 1999년은 추기경 서임 30주년이 되던 해였다.

김 추기경은 “우리는 확실히 고통을 통해 그리스도를 알게 되고 그분과 깊은 일치를 이룬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고통의 신비’다.

추기경은 사랑은 모든 변화의 시작이라고도 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구원이 요구되고 또 이를 위해서 변화가 필요합니다. 돈이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권력이나 과학의 힘이 인간 개조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랑입니다.”

출판사 여백은 “김 추기경이 일 주일 동안 한 곳에 머물면서 1인 릴레이 강연을 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당시 강연이 책으로 공개되기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선종한 김 추기경은 생전 교회의 사회 참여를 강조했다. 1968년 서울대교구장에 취임하면서 “교회의 높은 담을 헐고 사회 속에 교회를 심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회가 공동선을 이룩하려면 불의와의 타협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도 평소 지론이었다.

이 책을 엮은 우광호 ‘월간 가톨릭 비타꼰’ 편집장은 추기경의 일화 하나를 책에서 소개했다. 2006년 겨울 혜화동 주교관에서 나눈 대화다. 추기경이 우 편집장에게 물었다. “매주 미사 꼬박꼬박 나오고 봉사 활동 열심히 하고 이웃 도우면 은총 받는다고 생각하세요?” 우 편집장이 답했다. “당연히 은총 받겠죠.” 그런데 추기경은 이렇게 받아쳤다. “아니에요. 은총 받아서 주일미사 나올 수 있고 은총 받아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거지요.”

‘신앙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자체를 감사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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