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ㆍ해고 문제 위협받는 동료들
주인공 복직 찬반 투표 과정 긴장감
인물들 감정ㆍ인과 관계 섬세한 묘사
'을의 연대'에 대한 성찰 칸도 주목
동료의 복직을 택할 것인가, 보너스 1,000유로(약 130만원)를 택할 것인가.
당신은 월급 160만원을 받는 노동자다. 대학에 진학한 아들 학비를 마련해야 하고 다달이 월세도 내야 한다. 통장 잔고는 바닥인데 당장 보너스 액수만큼 큰돈을 써야 할 일이 있다. 더구나 동료의 복직을 택할 경우 당신이 정리해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우울증 때문에 오랜 기간 휴직해야 했던 산드라(마리옹 코티야르)는 복직을 위해 이런 동료들을 설득해야 한다. 회사는 아시아 업체와 경쟁이 심해졌다며 인원을 감축하려 한다. 산드라를 복직시킬 경우 1,000유로의 보너스를 줄 수 없다고 한다. 투표를 했더니 16명의 직원 중 14명이 보너스를 택했다. 반장의 해고 위협이 투표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 것이다.
해고 가능성을 배제한 채 재투표를 하기로 했지만 9명 이상의 과반수 득표를 해야 산드라가 복직할 수 있다. 남은 시간은 주말 이틀.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이 지나기 전까지 산드라는 남편 마누와 함께 동료의 집을 일일이 찾아가 자신을 위해 투표해 달라고 설득하기로 한다.
벨기에의 형제 감독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은 칸영화제의 VIP 명단 중에서도 최상단에 있는 인물들이다.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2005)로 두 차례 칸영화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을 포함해 2011년 ‘자전거 탄 소년’까지 다섯 편의 영화로 여섯 개의 상을 받았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내일을 위한 시간’ 역시 수상작 명단에 오르진 못했지만 다르덴 형제의 깊은 성찰이 잘 드러난 수작이다.
타자에 대한 윤리와 연대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 온 다르덴 형제는 이번 영화에서 딜레마에 빠진 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산드라와 16명의 동료들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선의와 악의의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동기에서다. 대학생 아이에게 매달 500유로를 써야 하는 윌리, 이혼하고 남자친구와 새 출발을 하려 하는 미레유, 재계약을 위해 눈치를 봐야 하는 알퐁소…. 처음부터 산드라를 지지했던 줄리엣과 로베르처럼 산드라를 돕는 이들도 있다. “거지처럼 보이는 것 같아” 포기하려던 산드라는 자신을 지지하는 동료들을 한 명씩 만나며 힘을 얻는다. 복직 가능성은 막판까지도 50대 50인 상황. 월요일 아침이 되고 운명의 재투표가 시작된다.
영화는 극적인 과장 하나 없이 스포츠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무너지기 직전의 상황에서도 꿋꿋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산드라 역을 맡은 마리옹 코티야르의 빼어난 연기가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 중에서도 인물들의 감정과 인과 관계가 가장 분명해 이해가 가장 쉬운 작품이다.
어린 아들을 버리려 하는 아버지(‘더 차일드’), 돈을 위해 위장 결혼을 하려는 여자(‘로나의 침묵’),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아들(‘자전거 탄 소년’), 아들을 죽인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 남자(‘아들’) 등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경제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무너지기 직전의 소외된 사람들이었다. 이들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긴 하지만 벨기에의 지방 도시에 사는 산드라와 동료들 역시 늘 실업과 가난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경제적 약자인 17명의 인물을 통해 사회적 연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윤리적 행동으로서 연대란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공감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두 감독은 주인공 산드라뿐만 아니라 16명의 다양하고 복잡한 심리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산드라가 시작한 질문은 영화가 끝날 때쯤 다시 산드라 자신에게 돌아온다. 개인의 이익이냐, 연대냐. 그 질문은 이제 관객에게로 향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월 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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