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54억위안 거래
예상보다 50% 웃돌아
은행간 인위적 거래가 대부분
성공 점치기엔 아직 일러
개장 한 달을 맞은 원ㆍ위안화 직거래시장이 기대 이상으로 활발한 거래량을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물량을 뒷받침해줄 위안화 무역결제가 여전히 부진한 채 정부의 인위적 시장조성 정책에 따른 은행 간 거래가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등 내실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ㆍ위안화 직거래시장은 이달 1일 개장 이래 29일까지 하루 평균 54억835위안(8억6,767만달러)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외환시장의 원ㆍ달러 일일 거래규모(68억1,535억달러)의 12.7% 수준으로, 재작년 6월 개장한 일본 도쿄의 엔ㆍ위안화 직거래시장 거래량(일평균 2억달러)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많다. 원ㆍ위안화 거래 중개기관인 서울외국환중개 관계자는 “예상치보다 50% 이상 거래량이 많다”고 평가했다.
원ㆍ위안화 일일 거래량은 최대 93억위안(11일)에서 최저 32억위안(3일)까지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하루 거래규모 320만달러의 고전 끝에 넉 달 만에 문을 닫았던 1996년 원ㆍ엔 직거래시장의 실패 궤도에선 완연히 벗어난 모습이다.
그러나 시장의 성공을 점치기에는 이르다. 현재 위안화 거래량의 대부분은 당국이 시장조성자로 지정한 12개 은행 간의 외환트레이딩 물량이라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적 지적이다. 시장조성자는 거래량이 부족하기 쉬운 시장 개장 초기에 지속적으로 거래를 일으켜 호가를 형성하는 기관이다. 다시 말해 시장 활성화를 돕기 위한 은행들의 인위적 거래를 빼면 위안화를 찾는 수요는 별로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기업의 위안화 무역결제 수요는 아직 미미하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은행들이 시장 선점이나 시장조성자 자격 유지를 위해 경쟁적으로 매매에 나서면서 위안화 거래량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며 “기업 등의 위안화 수요도 소폭 늘고 있지만 아직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위안화 결제 부진은 중국과의 무역에서도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달러화 결제 관행에 기업들이 익숙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대중 수출과 수입에서 위안화가 결제통화로 사용된 비중은 각각 1.6%, 0.7%에 불과하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것도 기업이 위안화 보유를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달 22일 이후 한달 동안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1.76%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지금과 같은 인위적인 시장 떠받치기가 장기간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곧 한계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외환중개사 관계자는 “은행이 위안화를 운용하려고 해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단기매매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무당국인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중국 본토에 투자하기 위해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자격을 신청했는데 중국 당국의 승인이 나려면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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