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탈하면 하는 일에 흥이 따른다. 2015년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실한 겨울 먹거리들 챙겨본다. 한국관광공사가 ‘뜨끈뜨끈 겨울 음식’이란 테마로, 겨울 한기 확 날려줄 국물요리가 있는 곳을 1월 가볼만한 여행지로 추천했다. 찬란한 일출 볼 수 있는 곳도 있으니 뜨끈한 별미로 속 채우고, 새해 바라보며 마음도 다잡아본다.
● 경남 거제 외포 대구탕, 알이 꽉꽉…뽀얀 겨울 별미,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라 했다. 찬바람 불 때 대구가 많이 잡힌다는 이야기다. 대구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산란기인 이 때 잡히는 대구가 맛있다는 것은 미식가라면 다 안다.
장목면 외포리는 대구 산란기에도 조업과 위판이 허용되는 곳이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대구 물량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대구 집산지다. 외포항 기웃거리며 이른 새벽 조업 나간 배들이 부려놓은 싱싱한 대구를 구경한다. 60~70cm 크기의 대구가 산 채로 펄떡거린다. 산란기라서 암컷은 배가 터질 듯 알을 품었다. 아침 경매의 흥성거림, 어판장 촌부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어찌나 활기찬지 보고만 있어도 몸에 힘이 솟는다.
그런 후에 요리집 찾아들어가 별미를 맛본다. 외포리에 10여곳의 대구요리 음식점이 영업 중이다. 대구탕, 대구찜, 대구회가 대표적인 메뉴. 특히 겨울에는 탕이 인기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고 진하다. 대구 대가리로 낸 국물에 대구, 모자반, 무를 넣고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생강, 파를 넣고 더 끓인다. 대구를 끓는 물에 데치면 비린내가 적고, 살도 풀어지지 않는다. 탕 말고도 김치에 싸 조리한 대구찜도 맛있다. 하얀 대구 살의 담백함과 김치의 신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생대구회는 산지여서 맛볼 수 있는 별식이다.
일출을 볼 계획이라면 거가대교 메모해둔다. 거제 장목면과 부산 가덕도를 연결한 이 다리는 개통 당시부터 일출 명소로 떴다. 웅장한 사장교와 어우러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장목면 유호리 하유마을 찾아가면 된다. 다리도 흥미롭다. 장목면에서 중간지점인 중죽도까지는 사장교로 돼 있고 여기서 가덕도까지는 해저터널로 돼 있으니 시간나면 건너본다. 수심 48m를 지나는 약 3.7km 길이의 해저터널 구간(가덕해저터널)은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가장 깊은 곳을 지난다. 해금강도 일출명소다. 사자바위 위용 드러내는 수평선 위로 붉은 태양이 솟는 광경이 압권이다. 거제시청 문화관광과 (055)639-4172
● 강원 고성 대진항 도치ㆍ장치ㆍ곰치, 비린내 없이 개운한 맛 일품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는 요즘 도치, 장치, 곰치가 물 만났다.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돼 도시인에게 생소하지만, 예부터 현지 어부들의 겨울 밥상에 단골로 오르던 생선들이다. 동해 최북단 포구인 대진항도 덩달아 분주하다. 대진항은 고성 최대 거진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도치, 장치, 곰치 거래량은 훨씬 많다.
대진항과 거진항에는 식당들이 많다. 특히 대진항에는 최근 2층 규모의 수산 시장도 들어섰다. 차림표 없이 그날 들어온 재료로 음식을 내는 곳도 있다. 예약하면 도치와 장치, 곰치를 다양하게 요리해준다.
곰칫국과 도치알탕이 인기다. 곰칫국은 속초나 삼척에서는 고춧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이지만 고성에서는 맑은 탕으로 낸다. 무와 파를 나박나박 썰어 넣어 끓인다. 도치알탕은 암컷의 알과 내장, 데친 도치 살과 신 김치를 넣어 끓이는데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비린내가 나지 않아 생선 꺼리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도치 숙회와 무침, 알찜도 별미다. 장치는 사나흘 말려 꾸덕꾸덕해지면 콩나물을 넣고 매콤하게 찌거나 무를 넣고 조린다. 고성 사람들은 말린 장치를 양념 없이 쪄 먹기도 한다.
별미를 맛보고 겨울 바다 여행을 즐긴다. 대진항 대진등대 전망대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고 해안 도로 따라 가다 화진포(석호)도 구경한다. 특히 화진포해변은 일출 명소로 이름 날리는 곳이니 잊지 말고 기억한다. 인근에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이 사용하던 별장도 있다. 고성군청 관광문화과 (033)680-3362
● 충북 청주 상당산성마을 두부와 청국장, 걸쭉하고 구수한 어머니 손맛
상당산성 안 산성마을은 두부 요리, 청국장, 닭백숙 등 토속 음식을 내는 식당이 모여 있는 한옥 마을이다. 대부분 식당으로 개조된 탓에 전통 한옥의 멋은 찾아보기 힘들어도 산성 동문 아래 언덕 따라 걸으며 만나는 겨울 풍경은 여기서도 정겹다. 산성 한 바퀴 돌아본 후 두부김치와 막걸리 한 사발로 소박한 풍류를 즐겨본다. 음식점 중에 ‘상당집’은 제법 입소문 타는 곳이니 기억한다. 직접 만든 두부 요리와 청국장찌개, 비지찌개를 내는데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청국장찌개는 걸쭉하면서도 특유의 냄새가 적고 고소하다. 양념과 비지만으로 만든 비지찌개도 별미, 두부부침와 생두부도 인기다. 나올 때는 무료로 제공하는 비지도 꼭 챙긴다. 마을 위쪽에 있는 ‘손맛집’ 역시 직접 만든 두부를 사용한다. 분위기가 조용하다.
그런 다음 산성 한 바퀴 돌아본다. 백제의 상당현에서 이름을 따온 상당산성은 조선 시대에 대대적인 성벽 공사로 완성된 석축 산성이다. 총 둘레 4.4km에 이른다. 성벽 따라 걸으면 청주 시내가 보인다. 청주시청 관광과 (043)201-2042
● 전남 담양 국수거리, 쫄깃한 중면에 약계란 퐁당~
담양읍에 있는 국수거리 들러본다. 관방천을 따라 12곳의 국숫집이 늘어서 있는데 참 재미있는 거리다. ‘담양에서 왠 국수?’라고 할지 모를 일. 그러나 50년 전통 가진 명물 음식 거리이니 국수 한 그릇 먹고 간다. 이 거리 국숫집들은 대부분 중면을 이용한다. 소면보다 굵고 가락국수보다 가늘어 쫄깃한 식감이 좋다.
국숫집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물국수, 비빔국수, 그리고 ‘약계란’이다. 겨울에는 특히 물국수가 인기다. 뜨끈한 멸치 육수에 간장 양념을 풀어서 먹는다. ‘별 것 아니네’ 싶은데 그 담백한 맛은 나중에도 생각날 정도다. 비빔국수에는 송송 썬 파가 수북하게 곁들여진다. 마지막으로 ‘약계란’이라 불리는 삶은 계란도 잊지 말고 맛본다. 멸치 국물에 삶는 것이 특징. 소금 없이도 짭조름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과연 대나무의 고장이다. 댓잎 가루 넣은 ‘댓잎물국수’, 각종 한약재를 넣고 끓인 ‘댓잎약계란’을 파는 곳도 있다.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죽녹원은 돌아본다. 국수거리에서 멀지 않다. 한겨울에도 대나무 숲에는 초록빛이 화사하다. 눈 내리면 더 볼만하다. 초록의 대나무 숲에 하얀 눈송이 내려앉은 풍경이 꿈속 같다. 죽녹원 안에 있는 죽향문화체험마을은 면앙정, 식영정 등 담양의 유명한 정자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곳이다. 담양군청 관광레저과 (061)380-3151
● 전북 순창시장 순대골목, 당면 대신 선지…임산부에 딱!
순창읍 재래시장 골목에 순댓집이 여러 곳이다. 구수한 ‘옛맛’이 그립다면 들른다. 순창 순대는 인조 껍질, 찹쌀, 당면을 쓰지 않는다. 여러 번 깨끗이 씻은 돼지 창자에 선지와 콩나물, 마늘, 양파, 당근 등을 넣어 순대를 채운다. 선지를 넣는다고 해 피순대다. 피순대는 예부터 선조들이 마을 잔치나 큰 일이 있을 때 돼지를 잡아 해 먹던 요리다. 저지방 저칼로리 음식으로 단백질과 비타민, 철분, 섬유질이 풍부해 어린이나 여성, 임산부에게 최고 영양식으로 알려졌다.
팔팔 끓는 물에 삶은 순대는 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순대 껍질은 쫄깃하고 선지는 고소하다. 순대만 먹어도 좋고, 개운한 국물을 넣고 끓인 순댓국도 좋다. 콩나물이 들어가 느끼하지 않고 해장국처럼 개운하다. 여러 명이라면 순대에 머리 고기, 채소까지 푸짐하게 올린 순대전골이 어울린다. 상차림은 투박하다. 깍두기와 갓김치, 배추김치가 한 접시, 부추겉절이가 한 접시, 양파와 풋고추, 나머지는 양념이다. 전국에서 손님이 오다 보니 양념도 초장, 된장, 양념 소금, 새우젓 등 다양하다. 참기름에 후춧가루와 소금으로 무친 부추겉절이가 입에 착 붙는다. 뚝배기에 펄펄 끓인 순댓국 한 그릇이면 언 몸이 절로 녹으면서 뱃속까지 따뜻해진다. 시장 거닐며 구수한 시골 장터 인심도 경험한다.
강천산은 눈꽃 트레킹 명소로 꼽히니 들러본다. 얼어붙은 병풍폭포와 구장군폭포까지 추위를 잊게 만드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순창고추장민속마을에서는 고추장 명인들이 저마다 비법으로 담근 장류와 장아찌를 구경할 수 있다. 순창군청 문화관광과 (063)650-1612
● 대구 현풍장터 수구레국밥, 씹을수록 꼬들꼬들 반전의 맛
겨울에 국밥 빼 놓을 수 없다. 대구 달성군 현풍면 현풍장터에는 수구레국밥이 있으니 대구 갈 계획 있다면 챙긴다. 소의 껍질 안쪽과 살 사이 아교질 부위가 수구레다. 현풍 사람들은 ‘소구레’라고도 한다. 이 수구레와 선지, 콩나물, 파 등을 듬뿍 넣고 가마솥에 푹 끓여낸다. 씹을수록 꼬들꼬들한 식감이 소의 여느 부위에서 전해지는 맛과 딴판이다. 수구레국밥은 원래 현풍 장날에만 맛볼 수 있었다. 상설 시장(현풍백년도깨비시장)이 들어선 뒤 식당들마다 추억을 맛을 전하고 있다.
현풍장은 100년 가까운 세월을 자랑하는 제법 큰 장이다. 인근 창녕, 고령 등지에서도 현풍까지 소를 끌고 장을 보러 왔다. 장터 인근에서 1980년대까지 우시장이 들어섰는데, 이곳 수구레국밥이 명성을 얻고 정착하는 데는 우시장이 큰 역할을 했단다. 최근까지 문을 여는 식당 역시 우시장이 있을 때부터 운영하던 곳이 대부분이다. 우시장이 창녕으로 옮겨 간 뒤에도 이곳 식당들은 현풍의 곰탕집들과 함께 뜨끈한 겨울 별미의 명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비슬산자연휴양림은 겨울이면 얼음 동산으로 변신한다. 계곡 가에 얼음조각, 얼음 동굴 등이 조성된다. 대구 중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도 들른다. 벽화 골목이 최근 재단장을 마쳤다. 골목과 연결된 방천시장에서는 매년 1월 6일 김광석 추모 음악제도 열린다. 대구 달성군청 관광과 (053)668-2481
● 충남 금산군 인삼어죽마을, 속이 확~ 풀리는 보양식
금산은 명실상부한 인삼의 고장이다. 그래서 삼계탕, 인삼튀김, 인삼막걸리 등 인삼을 활용한 먹거리가 다양하다. 제원면 일대 금강 변은 인삼어죽마을로 불린다. 인삼어죽 내는 집이 많아서다.
어죽은 제법 손이 많이 간다. 쏘가리, 메기, 잉어, 붕어, 동자개 등 민물고기를 4~5시간 삶는다. 그러면 물고기의 뼈와 살이 분리된다. 이를 다시 체에 밭쳐 걸러야 어죽에 필요한 국물이 완성된다. 여기에 불린 쌀을 넣고 끓이다가 국수와 수제비, 된장, 고추장을 차례로 넣으면 어죽이 완성된다. 보통 어죽에 5~6cm 크기 빙어를 둥글게 돌린 뒤 기름에 살짝 튀긴 도리뱅뱅이, 튀김옷이 바삭한 민물새우튀김도 곁들인다.
천내리 용호석과 부엉산,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인 적벽강이 인삼어죽마을 근처에 있으니 어죽 먹기 전후 돌아본다. 금산군청 공보과 (041)750-2373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ㆍ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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