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고노 담화 계승 밝혔지만 과거 반성내용 담지 않을 가능성도
새해는 제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기념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린다.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경제 악화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승전기념행사에 각국 정상을 초청했고, 중국 역시 일본을 겨냥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외교 줄다리기가 주목된다.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대를 연합군이 얼마나 저지할 수 있을지, 에볼라 통제는 가능할지도 관심거리다.
[아베는 어떤 담화를 발표할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종전 70주년을 맞는 8월 15일에 맞춰 담화를 준비 중이다. 지난 달 14일 총선 승리 직후 TV인터뷰에서 “과거의 전쟁에 대한 반성, 전후의 행보, 일본이 이제부터 어떤 길을 갈 것인지를 담고 싶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는 이를 “국제협조주의에 입각한 적극적 평화주의의 입장에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한다는 생각을 제대로 전하고 싶다”는 의미로 분석했다. 기시다 장관은 아베 총리가 과거 침략전쟁을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나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계승할 뜻을 분명히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취임 이후 종전기념일 전몰자 추도식 연설에서 아시아 국가에 대한 가해와 반성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미뤄볼 때 새 담화에도 이런 내용을 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ㆍ고노담화 계승 의지를 표시해도 새 담화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를 비롯한 미래지향적 내용을 강조할 경우 두 담화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고 지적했다. 와다 교수는 “아베 총리가 담화에 어떤 내용을 담아낼 지는 한일 양국의 향후 외교성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한국의 외교 역량을 시험 받는 무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美 지상전 빠진 공세 강화에 한계 IS 세력 쉽사리 와해되지 않을 듯
[IS 세력 저지할 수 있나]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군한 지 2년8개월 만에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선언하며 이라크전에 개입하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향후 전황은 예단하기 힘들다. 전쟁을 주도하는 미국이 지상전 참전을 꺼리는데다 국가체제에 준하는 조직적 체계와 재정을 보유한 IS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연합전선 공습으로 전사자가 늘어나고 외국인 IS 대원이 이탈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지만 IS가 쉽사리 와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군이 직접 나서든 이라크 인접 지역에서 양성한 지상군을 규합하든 지상전을 전개하면 병력이 적은 IS 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서방 국가와 함께 이라크와 시리아 내 IS 근거지 공습을 담당하고 지상전은 이라크 정규군이나 쿠르드 민병대를 훈련시켜 내년 초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서 교수는 “공습만으로는 1, 2년 내 IS 세력 제거가 힘들다”며 “IS는 알카에다처럼 테러집단이 아니라 반군에 가까워 지상전이 없으면 IS가 오히려 더 강화된다”고 분석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3년 이상의 장기전을 예상했다. 이 교수는 “IS 문제 해결의 선행 조건인 시리아와 이라크 정권 안정책이 나오지 않는 게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IS가 시리아 내전과 미국의 이라크 철수 이후 불안한 지역 정세를 틈타 발호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저항과 분노의 문화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이 지역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교적 갈등 등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되면 전쟁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 봤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국제사회 노력에 확산 속도는 둔화 완벽한 퇴치 위한 백신 개발이 관건
[에볼라는 막을 수 있을까]
에볼라 바이러스가 지난해처럼 빠르게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기세가 쉽게 꺾이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백신 개발이다. 에볼라를 처음 공동 발견한 페터 피오트 세계보건기구(WHO) 에볼라 의료대응 책임자는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난달 24일 BBC와 인터뷰에서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위기가 최고조지만 질병의 꼬리는 매우 길고 기복이 심할 것”이라며 “내년 이후까지 지속적인 퇴치 노력을 펼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올해보다 내년에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확실히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시 병동도 없어 격리는 물론 대응을 제대로 못했던 초기와 달리 기니와 라이베리아는 현재 에볼라 의심 혹은 진단 환자의 입원률이 70% 수준이고 시에라리온도 50% 수준”이라며 “그만큼 에볼라 환자 증가 추세가 어느 정도 꺾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가 막심했던 시에라리온에 최근 영국이 적극 지원을 시작하면서 서아프리카 3국의 에볼라 치사율은 3명 중 1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의료구호단체가 세운 현지 에볼라 치료소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고기성 중앙대 의대 교수는 “에이즈처럼 인프라가 있어도 백신이 없으면 결국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에볼라 퇴치가 가능할지는 얼마나 좋은 치료제나 예방제가 나올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피오트 박사도 “에볼라 위기 장기화와 제2의 에볼라 창궐 사태에 대비하려면 백신 보급이 필수”라며 “성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경제위기 겪는 러시아 꿈쩍도 안 해 장기화 땐 유럽과 미국 균열 가능성
[러시아는 서방에 백기 들까]
서방 대 러시아의 갈등이 커진 표면적인 원인은 우크라이나 사태다. 최근까지 양측 행보를 봐선 사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위기를 겪는 러시아가 한 발 물러설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아직까지는 꿈쩍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연례 기자회견에서 “경제위기는 러시아를 지키는 데 따른 대가이고 최악의 상황이라도 2년 내 극복된다”고 말했다. 서방이 추가 경제제재 가능성을 내비치며 더욱 압박하자 러시아도 나토를 최대 외부 위협으로 규정하는 새 군사원칙을 채택하며 맞섰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어과 교수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서방의 경계에 있어 러시아로서는 자국 안보를 위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라며 “러시아가 굴복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은 러시아에 천연가스를 의존할뿐더러 러시아와 교역 규모도 4,177억 달러(2013년)로 커 미국과 달리 제재를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경제제재 지속 여부를 두고 유럽과 미국 사이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교수는 “러시아는 자존심을 걸고 외부 압박, 특히 미국에 단호히 맞서고 있다”며 “경제가 안 좋더라도 광대한 영토에서 나오는 식량과 에너지는 충분히 자급자족이 가능하기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러시아가 사태 악화를 원하지 않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대한 개입을 축소한다면 서방이 이를 변화로 받아들여 제재를 축소하면서 대립이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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