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마흔이 된다. 나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편이지만 서른아홉의 겨울은 어쩐지 좀 특별한 것 같다. 마흔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 싶지만 그런 준비 없이 먹게 되는 것이 나이인 것도 같다. 삶에 대한 기대감이나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설렘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두려움이나 막막함도 함께 줄어든다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여태 살아봐도 뭐 하나 속시원히 해결되었던 적은 없었다. 어느 날 아침에는 이게 뭔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어느 날 저녁은 이래서 살만한 것 같기도 했다. 또 어느 날엔가는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러웠다. 불만투성이고 후회가 많지만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든다, 라고 말해본다. 이 도저한 낭만과 긍정을 입 밖에 꺼내기 어려운 시절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본다. 연말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의례적인 인사를 주고받으니까.
남편은 딸아이에게 시계 보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시계는 그냥 쳐다본다고 저절로 다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법 시계를 볼 줄 알게 된 아이는 지금 몇 시 몇 분이야, 말하며 즐거워한다. 시간은 말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틀리기 시작한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버리기 때문이다. 인간의 시계란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도 과거가 된다. 계획과 다짐도 중요하지만 새해에는 자신에 대한 긍정과 믿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이르는 그런 착한 시간을 욕심 냈으면 좋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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