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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학생은 왜 '밤일 알바'를 할까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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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학생은 왜 '밤일 알바'를 할까 ①

입력
2014.12.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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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알바 홍수 속 “쉽게 목돈 벌 수 있어” 유혹 빠져

학교생활은 뒷전, 성매매까지 나서기도

대학생들이 스스로 ‘밤일 알바’(아르바이트)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주로 ‘모던바’ ‘토킹바’ '호스트바' 등으로 불리는 ‘바(bar)’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학생은 대부분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남자 손님 옆에 앉아 술시중을 드는 일을 해주고 남학생도 비슷하게 여자 손님을 상대로 함께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기분을 맞춰주는 일을 합니다.

이런 바의 대부분은 일반음식점이나 노래방으로 신고하기 때문에 이런 접객 행위는 불법입니다. 더구나 대학생이 하기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거리낌 없이 자발적으로 이런 알바에 뛰어드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왜 대학생들이 이런 알바를 할까요. 대학생들에게 이유를 들어보니 그 속엔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아르바이트 현실과 사치와 과시를 조장하는 사회분위기, 물질 만능주의 세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알기 위해 현재 ‘밤일 알바’를 하고 있는 대학생 10여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29일 저녁 서울의 한 번화가 밤거리에 각종 음식점과 유흥업소의 네온사인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연말연시 취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400만원짜리 샤넬 원피스 사고 싶어’

지난달 평일 저녁 11시쯤 서울 여의도의 한 상가 3층에 위치한 한 ‘바’(bar). 다소 어둡게 켜둔 조명 아래로 세련돼 보이는 대리석 바닥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안에 들어가자 40평쯤 돼 보이는 바에 보는 사람도 민망할 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입구로 들어가면 정면에 스탠딩 바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문이 없는 4개의 룸이 나란히 있었다. 일하는 사람들은 사장과 매니저를 제외하곤 모두 20대 초ㆍ중반의 여성이고, 총 10여명이 룸과 홀의 손님을 맞고 있었다. 낮게 깔린 음악 사이로 남녀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여직원들은 손님들에게 술과 안주를 서빙 하기도 하고,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매니저 이모(35)씨는 “이 건물만 해도 3층에만 여기와 같은 바가 5개가 있고, 여의도에는 ‘카페’를 포함해 이런 곳이 약 700~800여 곳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카페는 커피숍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소형 바를 뜻한다.

이곳에서 6개월 가량 일했다는 진아(23ㆍ가명)씨는 수도권의 한 대학에 다니며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 역시 분홍색 짧은 원피스를 입고 긴 생머리를 한쪽으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화장은 생각보다 진하지 않았지만 눈화장에는 공을 많이 들인 듯 했다. 3년 가까이 바에서 일한 그는 처음엔 서울 강남의 한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등록금과 용돈을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씀씀이가 커져서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진아씨는 “월급제로 월 300만원 이상을 벌고 있는데, 꼭 명품을 사지 않더라도 좋은 데서 밥 몇 번 먹다 보면 100만원은 금방 사라지는 것 같다”며 “주변 친구들은 부족한 용돈을 보충하려고 ‘바 알바’에 나서는 친구도 있고, 성형이나 명품 구입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일하는 친구도 많다”고 말했다. 진아씨는 자신의 대학 친구도 조만간 같이 일할 예정인데,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은 ‘400만원짜리 샤넬 원피스 구입’이라고 설명했다.

바 매니저 이씨는 “최근에 바 알바는 절반 이상이 20대 초반 대학생”이라며 “요즘은 명문대를 다니는 학생들도 알바 하겠다고 많이 찾아 올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도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명 여대에 다니는 학생일수록 손님들한테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심지어 기자에게도 이곳에서 일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알바 사이트에서 쉽게 구직

대학생들이 ‘바 알바’를 통해 단기간에 목돈을 모으고 싶은 이유는 대부분 사치였다. 서울의 한 여대에 다니며 서울 강남에서 일하고 있는 신모(22)씨는 친구의 호화로운 생활이 부러워 바 알바를 시작했다. 신씨는 어느 날 친한 친구의 페이스북을 보다가 그 친구가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고가의 음식점, 호텔 등에서 찍은 사진을 자주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을 보고 궁금증을 갖게 됐다. 그는 “부유한 남자친구를 잘 만나서 그런가 했더니 친구가 자신이 직접 일해서 번 돈으로 그렇게 생활한다고 해서 놀랐다”며 “그 친구가 바에서 일해서 월 300만원 이상 번다고 하니깐 솔직히 많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신씨는 곧장 온라인 알바 구인ㆍ구직 사이트를 뒤졌다. 친구의 말대로 바 알바 구인광고가 수두룩했고, 구인 글에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노(no) 터치, 노 알콜, 노 강요’가 조건으로 명시돼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고, 남자 손님과 절대 스킨십이 없으며 그 어떤 강요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 정도 조건이면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 신씨는 그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씨는 그런 기준은 취객을 상대로 일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나중에 알게됐다.

대학생들은 주로 알바천국, 알바몬 같은 아르바이트 구인ㆍ구직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바 알바’를 구하고 있었다. 실제로 알바 사이트에 들어가면 구인란에서 ‘바’(bar)라는 메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글을 보려면 성인인증을 거쳐야 하지만 이미 성인인 대학생들은 손쉽게 구인광고를 볼 수 있다. 한 알바 구인 사이트에는 대략 7,000여개의 바 알바 채용 게시글이 올라와 있고, 친절한 설명으로 구직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대부분 월 300만~400만원 이상의 급여를 제시하고 개인 팁 등으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무도 ‘술강요’나 ‘터치가 없음’을 강조하면서 간단한 토킹 업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바 알바에 처음 나서는 이들은 시급 5,000원 내외를 오가는 최저임금 알바만 보다가 이런 내용을 보면서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 조금씩 발을 들여놓게 된다고 경험자들은 말했다.

한 알바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바 알바 구인 공고. 바 알바를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가족같은 분위기임을 친절한 문체로 설명하며 대학생들을 유인하고 있다. PC화면 캡쳐

“집안 형편 어려워서? 아니에요”

흔히 술집에서 일한다고 하면 집안 형편이 어려워 힘들어도 참고 일한다는 편견을 갖기 쉽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만난 대학생들 대부분은 집안 형편이 어렵지도 않고, 일에도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 알바생 신씨는 아예 인터뷰 처음부터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을 뿐 집안 형편은 어렵지 않다’고 못박았다. 그녀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부모님께 용돈으로 매달 70만원씩 받았다”며 “이 일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손님으로 오는 사람들이 의사 변호사 사업가 고위층 인사 등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다 그들이 하는 얘기도 평소 쉽게 들을 수 없는 내용이 많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평범한 대학생들은 경험하지 못할 사치와 대우를 받으니깐 자신이 굉장히 잘난 사람이 된 것 같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줄여 부르는 20대 속어)이 생겼다”며 “솔직히 요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잘 안타게 된다”고 말했다.

바 알바는 시작일뿐...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잠깐 큰 돈을 벌고 끝내려고 시작했던 대학생들이 조금씩 더 큰 욕망의 늪으로 끌려 들어 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방의 유명 국립대를 휴학하고 룸살롱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모(23)씨는 “바 알바는 화류계(花柳界) 인생의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그 역시 바에서 1년 반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룸살롱으로 옮기게 됐다. 그는 “일단 (바 알바에) 발을 들이면 점차 ‘높은 단계’(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업소)로 옮겨가게 된다. 그러면서 손님들로부터 인기를 얻어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러려면 명품 옷이나 성형에 의지하게 되고 점점 더 수입의 많은 부분을 비용으로 지출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주는 업소를 찾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4년간 여러가지 '밤일'을 경험하고 성매매에까지 나서게 된 박모(24)씨도 “밤에 일하는 대학생 대부분이 용돈을 벌기 위해 비교적 쉬워 보이는 바 알바를 시작하지만 점차 많은 돈을 벌면서 학교와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힘든 취업전쟁의 길로 나서야 하는 학교 생활보다는 밤일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서 무언가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그도 부족한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알바로 일을 시작했지만 점차 돈에 대한 욕심이 커져 성매매에까지 나서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요즘엔 한달 내내 고생하며 일해도 100만원도 받기 힘든 알바들 뿐"이라며 "내 일을 비판했던 친구들까지도 결국엔 급할 땐 월 500만원 이상 버는 내게 돈 좀 빌려 달라며 사정하는 것을 보고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원래 한 사범대학에 입학해 국어 선생님의 꿈을 키웠었지만 지금은 학교도 그만뒀고 선생님의 꿈도 포기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여학생들이 유흥업소에 쉽게 발을 들이게 된 데에는 사회적인 분위기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비교하기 문화, 보여주기 문화가 한 원인이라는 것. 김 교수는 “요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해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고 자신의 삶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커졌고, 이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유흥업소에 들어가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이영은 인턴기자 (성신여대 법학부 4)

현민지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3)

관련기사 보기 ▶ ② '호스트바' 알바 하는 남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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