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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어두워진다는 것

입력
2014.12.2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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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를 키우면서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종종 생긴다. 급하게 전화를 걸면 엄마는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과일이나 고기 같은 걸 사들고 신나서 오신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신나지만은 않다. 지난 십 년 간 따로 살게 되면서 엄마가 늙어간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고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순간들이 가끔씩 찾아오기 때문이다.

아기가 기저귀에 똥을 쌌는데 가만히 있지 못하고 버둥거리자 할머니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온몸에, 바닥에, 옷에 똥칠을 하고 결국 두 아이 모두 홀딱 벗기고 씻겨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제대로 닦아내지 못하고 그냥 안아서 할머니에게도 묻고 여기저기 똥칠이 번졌다. 아무리 닦아내도 어디어디 묻었는지 똥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환기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쌍둥이들은 늙어가는 엄마의 큰 기쁨이지만 오늘의 똥칠로 엄마도 나도 마음에 얼룩이 하나 더 늘었다. 늙는다는 것은 점점 어두워진다는 것.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 엄마는 아침이면 여러 개의 알약을 삼켜야 한다. 기억력도 나빠져 자꾸 약속을 잊어버린다. 전화번호나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곤란해진 적도 있다. 기분도 감정도 예전 같지 않으신 것 같다. 그런데 나도 점점 더, 조금씩 더 엄마를 닮아가는 것 같다. 어릴 때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하고 부정했던 면까지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다. 엄마와 내가 같은 어둠 속으로 손을 잡고 서서히 걸어 들어간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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