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29일 최종 투표에서도 대통령 선출에 실패해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됐다. 총선에서는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가부도 사태까지 맞은 뒤 간신히 경제회복 국면에 접어든 그리스가 또 한 차례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AFP 등 주요 외신은 그리스 의회가 이날 연립정부가 대통령 후보로 추대한 스타브로스 디마스(73)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으나 찬성표가 가결 요건인 정원의 60%(180표)에 못 미치는 168표에 그쳐 대통령 선출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의회가 23일 실시한 두 번째 찬반 투표에서도 디마스 후보는 168표를 얻었다. ‘민주좌파’ ‘그리스 독립당’ 등 야당의 추가 이탈표를 얻는데 실패한 결과로 보인다. 앞서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최종 투표를 앞두고 방송에 나와 “그리스 사람들은 조기 총선을 원하지 않는다”며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만나 찬성표를 호소했지만 결국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앞으로 10일 이내에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1월25일 조기 총선을 치러 새롭게 구성된 의회가 다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총선에선 현재 제1야당인 시리자의 승리가 유력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시리자의 지지율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그리스 총선 결과에 세계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시리자가 그동안 구제금융 대가로 추진한 긴축정책 파기와 채무 탕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자가 집권하면 현 정부의 구제금융 조기 졸업, 긴축정책 단계적 완화 같은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는 긴축정책 이후 경제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25%를 넘는 실업률과 대대적인 임금 삭감으로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 악화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그리스가 대통령 선출에 실패해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되자 구제금융 실사를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재개하겠다고 나섰다. IMF 게리 라이스 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그리스 당국과 6차 구제금융 프로그램 실사와 관련한 협상을 새로운 정부가 구성된 이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과 함께 2010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그리스에 2,4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26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리스의 어려운 개혁시행을 지속적으로 도왔다”면서 “그러나 그리스가 만약 선거 후 노선을 바꾼다면 지원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 여부를 떠나 현 정부의 개혁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리스 정계에선 시리자가 총선에서 최다 득표해 추가로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단독 정부를 구성하기는 어려워 유로존 탈퇴 같은 급진적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