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가장 어려운 쟁점은 회사의 사정이 ‘객관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하는 것이다. 회사가 도저히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운데도 무작정 일자리를 보장할 수는 없다. 반면 경영 악화를 핑계로 멀쩡한 노동자를 찬바람 부는 거리로 내모는 것 역시 허용돼선 안 된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에는 나름대로 정리해고 요건을 정해놨다. 급박한 경영상의 위험이 있어야 하고, 해고 회피 노력을 해야 하며, 근로자들과 해고에 관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 하지만 현실에선 어떤 상황을 ‘급박한 경영상의 위험’으로 볼 지부터 노사 간 생각이 다르기 마련이다. 회사 사정을 낱낱이 알기 어려운 노동자들로서는 십중팔구 갑작스런 해고를 수용할 수 없게 된다. 청춘을 바쳐 땀 흘려온 직장에서 나가라는 건 단순히 일터를 잃는 것을 넘어선다. 그건 한 인간이 열과 성의를 다해 일궈낸 삶의 양상 전반을 한 순간에 포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해고노동자들이 온 몸을 던져 피눈물 나는 복직투쟁에 나서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지난 2005년 코오롱인더스트리(당시 ㈜코오롱)에서 정리해고 된 78명의 노동자들도 그런 아픔을 겪어야 했다. 회사는 2002년부터 줄곧 영업이 악화해 2004년엔 1,5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내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자산매각을 포함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정리해고까지 단행됐다. 그 때부터 정리해고자들은 스산한 거리로 나서 10년에 걸친 길고 고단한 ‘복직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해고자들의 주장과 달리, 대법원은 2009년 정리해고가 정당했다고 판결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 판결 후 78명의 해고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농성 텐트엔 최근까지 10명 남짓만 남았다. 해고자 대표는 최근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주목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11월 코오롱 창업주인 고 이동찬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이웅렬 회장이 ‘노사불이(勞使不二)’의 정신을 추구했던 선친의 유지를 기리는 차원에서 해고자들과의 화해에 나선 것이다. 복직은 아니지만, 해고자들과 합의를 통해 회사가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 ‘노사발전기금’을 기부해 돕는 방안을 찾았다고 한다. 코오롱 노사 양방의 쉽지 않은 양보가 법을 초월한 사회적 신뢰의 밀알이 될 수 있기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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