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삼성 안 부러운 ‘화끈한 돈 잔치’
지난 2008년 현대를 인수해 재창단한 우리 히어로즈는 모기업 없는 구단 특성상 감당할 수 없는 재정난으로 선수들에게 ‘고통 분담’을 강권했다. 주축 선수들 대부분 연봉이 반토막 이상 잘려나간 기형적인 계약에도 어쩔 수 없이 도장을 찍어야 했다. 당시 김동수(현 LG 2군 감독)는 전년도 연봉 3억원에서 2억2,000만원이 깎인 8,000만원에 재계약, 73.3%의 경이적인 삭감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넥센으로 간판을 바꾸고 내년이면 8년째를 맞는 히어로즈는 12월에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억’ 소리가 나는 계약으로 타 팀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서건창(25)이 올해보다 무려 222.6%가 오른 3억원에 도장을 찍었고, 곧이어 박병호(28)는 올해 5억원에서 40% 뛴 7억원에 재계약을 마쳤다.
특급 선수만 억대 연봉자가 되는 건 아니다. 올 시즌 팀 내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한 문성현(23)은 29일 올해 연봉 8,500만 원에서 2,500만 원(29.4%) 오른 1억1,000만 원에 재계약,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했다. 앞서 마정길(35)과 오재영(29)도 각각 1억4,000만원과 1억1,000만원에 재계약을 마쳤다. 물론 주고 싶어도 돈이 없으면 못 준다. 이장석 대표는 그간 각고의 노력으로 구단 가치를 높이면서 메인 스폰서와 서브 스폰서 유치를 통해 재정을 조달해 왔다. 이 대표는 “여전히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했지만 3년 내 손익분기점 돌파를 자신하고 있고, 결국 구단 가치 창출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팀 성적이 기반이기에 올 시즌에 대한 보답과 내년에 대한 투자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현재 내년 연봉 계약 대상자 46명 중 42명(91.3%)과 계약을 마친 넥센은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빠른 재계약률을 보이고 있다. 구단의 후한 대접에 이견이 별로 없는 선수들이 흔쾌히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넥센 관계자는 “연봉이 높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많고 팀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대부분 선수들이 인상 요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자유계약선수(FA)와 군 보류 선수, 외국인선수 등을 제외하고 약 40명 선수단의 전체 연봉은 지난해 대비 약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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