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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묻지 않은 예술, 시대를 비추다

입력
2014.12.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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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금호·송은아트스페이스

현대사회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 담긴 신진작가들 초대전·공모전 잇따라

젊은 모색 2014에 전시된 권용주의 '폭포-생존의 구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젊은 모색 2014에 전시된 권용주의 '폭포-생존의 구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하영의 '인간들은 전자식물을 키우길 꿈꾸는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하영의 '인간들은 전자식물을 키우길 꿈꾸는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송은미술대상전에 전시된 도수진의 '지금의 모뉴멘트' ⓒ송은문화재단
송은미술대상전에 전시된 도수진의 '지금의 모뉴멘트' ⓒ송은문화재단
젊은 모색 2014에 전시된 윤향로의 '퍼스트 임프레션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젊은 모색 2014에 전시된 윤향로의 '퍼스트 임프레션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금호영아티스트 2014에 전시된 장종윤의 '숲숲에 뛰뛰' 금호미술관 제공
금호영아티스트 2014에 전시된 장종윤의 '숲숲에 뛰뛰' 금호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중앙홀로 가면 계단에 설치된 거대한 고물 더미가 눈에 들어온다. 고물의 맨 꼭대기에 매달린 개 집에서 갑자기 물이 쏟아진다. 고물 더미가 인공폭포로 생명력을 얻는 순간이다. 권용주의 '폭포-생존의 구조'는 2011년 문래예술공장에서 선보인 이래 여러 차례 변형 설치된 작품이다. 권용주 작가는 “길거리에 버려진 물건들을 주워 재활용하는 모습이 이 사회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6일 개막한 ‘젊은 모색 2014’는 권용주를 포함한 신진 작가 8명을 초대해 신진 작가들의 독창적인 발상을 소개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김도희, 김웅용, 김하영, 노상호, 오민, 윤향로, 조송이 참여했다. 윤향로는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움짤(움직이는 짤림방지용 그림)’을 모아 영화 ‘오만과 편견’의 대본에 맞춰 붙였다. ‘움짤’들은 시각적으로는 아무 연관성이 없지만 대본 속 대사와 맞아 떨어지며 전체적으로 하나의 가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윤향로 작가는 “온라인에 쏟아지는 이미지들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이미지를 어떻게 소비하는지에 관심을 두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하영의 회화 ‘인간들은 전자식물을 키우길 꿈꾸는가?’의 그림체는 귀여운 만화 캐릭터를 닮았다. 하지만 필립 딕의 과학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를 패러디한 제목에서 드러나듯 그 내용은 사람은 없어지고 생명체를 키우기를 꿈꾸는 사이보그만이 남아있는 디스토피아를 묘사하고 있다. 김 작가는 “통신기기에 연결된 채 표정을 잃어가는 현대인들보다 그들이 만들어낸 캐릭터가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며 “어릴 적 과학소설에서 봤던 일들이 현실처럼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그림 속에 이질적인 내용을 삽입한 회화는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도 볼 수 있다. 공모를 통해 네 명의 작가를 선발해 전시하는 ‘금호 영 아티스트 2014’전에 참여한 장종완 작가는 파스텔톤을 활용해 아름답고 이상적인 공간을 묘사하지만 그 사이 불쑥불쑥 드러나는 권력과 반권력의 투쟁, 대재앙이 발생하는 장면들은 그 이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도 네 명의 작가를 소개하는 ‘제14회 송은미술대상전’이 열리고 있다. 참여 작가 중 도수진은 주거공간이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를 조명했다. 그는 ‘지금의 모뉴멘트’를 통해 세 가지 사회적 사건을 표현했다. 꼭대기에는 밀양 송전탑, 중앙에는 ‘송파 세 모녀’가 머물던 반지하 방, 아래에는 경기 포천시 아프리카박물관에서 ‘노예 노동’에 종사하던 공연자들의 숙소에 놓였던 합판 침대를 형상화했다. 반면 조소희는 예술 자체에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그는 구상 시인의 시 ‘시와 기어’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예술과 기어’를 통해 작가가 순수한 마음으로 예술을 시작했지만 결국 욕망에 얽매이고 만다는 반성적인 예술론을 전개했다.

세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열여섯 명은 관심 분야도, 표현 방식도 다르다. 이들은 자신들과 동년배인 젊은 세대가 현대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각자의 소재 혹은 주제로 소화했다. ‘젊은 모색 2014’에 전시물을 내놓은 김도희 작가는 “미술관이라는 안전한 일상을 흔드는 현실의 모습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말이지만 다른 모든 작가를 대표한 말이기도 하다. 젊은 작가들이 그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진 미술관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드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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