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 바둑] 잘 어울린 바둑

본선 16강전 제1국

백 이지현 4단 흑 박영훈 9단

참고1도

참고2도

장면 4 앞 장면에서 박영훈이 ▲로 붙여 중앙 백돌을 공격하려 했을 때 이지현이 △로 들여다본 것은 물론 참고1도 1로 이어달라는 뜻이다. 백은 일단 이 교환 자체가 기분 좋은 선수 활용인데다 다음에 2로 젖혀서 수습하는 데도 △가 상당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프로들은 원래 성미가 고약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상대가 원하는 대로 둬주지 않는 법. 박영훈이 이 장면에서 당연히 반발했다. 먼저 1로 단수 친 다음 2 때 3으로 코붙인 게 멋진 맥점이다. 백은 4로 달아날 수밖에 없는데 이때 5로 호구 쳐서 그냥 A로 잇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위아래 흑돌을 연결했다.

그러자 이지현이 다시 6으로 들여다봤는데 박영훈이 이번에도 고분고분 이어주지 않고 7, 9로 계속 밀고 나간 게 좋은 수순이다. 이때 참고2도 1로 끊는 건 2부터 6까지 백 한 점을 제압한 다음 7 때 8부터 12까지 죽죽 밀어붙여서 좌변 일대가 크게 흑집으로 굳어진다. 이건 백이 손해다. 그래서 결국 10부터 12까지 서로 타협이 이뤄졌다. 아직까지는 쉽게 우열을 가리기 힘든, 잘 어울린 바둑이다. 박영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