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학과 특강 명목으로 참여 강요, 연습 등 불참 시 학점 불이익 통보"
학생들 "관행 수년째 지속" 불만, 해당 교수 "학생들 위해 편성" 반박
서울 유명 사립대 무용학부 교수가 자신이 감독하는 사설 공연에 특강 명목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사실상 강요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생들은 불참 시 학점 불이익이 돌아오는 것은 물론 공연 의상까지 직접 구매하는 관행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교수는 40년간 안무가로 활동해오며 관련 단체의 이사, 고문 등을 맡고 있는 발레계의 유명인사다.
28일 K대 무용학부 학생들에 따르면 김모(62) 교수는 학교 수업과 별도의 특강을 편성해 자신이 예술총감독으로 있는 발레단체의 공연 연습을 시켰다. 학생들은 두 달에 한 번 꼴로 이 단체의 공연 무대에 서야 했다.
학생들은 말만 특강이지 사실상 공연 연습이라고 주장했다. 특강은 막대를 이용해 몸을 푸는 바(bar)와 막대 없이 어려운 동작을 연습하는 센터(center)로 구성된다. 하지만 학생들은 바만 하고 특강의 핵심인 센터 없이 바로 공연 연습만 했다는 것이다.
공연 연습은 대학 4년 내내 계속됐다. 주말 빼고 평일 내내 오후 6시부터 3~4시간 연습하는 게 기본이었다. 졸업생 A씨는 “입학식 전부터 졸업할 때까지 방학에도 쉬지 않고 이런 생활을 했다”면서 “한 학번 위 선배들도 똑같이 연습했다는 것을 볼 때 이 관행은 적어도 5년 이상 됐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학생들이 참여한 공연 티켓은 1매당 2만~2만5,000원이었지만 학생들이 받은 돈은 5회 공연에 5만원이 전부였다. 학생들은 수당을 받기는커녕 공연 의상까지 자비로 사야 했다. 김 교수가 의상 제작업체에 의뢰해놓고 학생들에게 구입하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학생 B씨는 “창작 발레의 경우 의상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비용이 최소 50만원”이라며 “클래식 발레 의상은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보석이 많이 붙어 더 비싸다”고 말했다.
공연 연습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돌아오는 건 학점 불이익이었다. 무용학부 강사가 연습에 나왔는지를 기록하면 김 교수가 이를 보고받아 성적 평가에 반영하는 식으로 이뤄졌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학생 C씨는 “공연에 참여한 학기에는 줄곧 A학점을 받았지만 참여하지 않자 바로 D학점을 받았다. 김 교수의 공연 연습에 안 나가면 좋은 성적을 못 받는다는 것은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이달 초 기말고사가 끝난 뒤 강의실에서 “특강, 공연에 참여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 같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불만사항을 모아 이달 4일 김 교수에게 전달했지만 이날까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편지에는 ‘무용 전공생 중에는 실기가 아닌 필기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 무용이 아닌 다른 꿈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특강 명목으로 빼앗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학생들을 아끼는 마음에서 정규수업 외에 특강을 편성한 것이다.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특강비도 받지 않고 가르쳤다”며 오히려 억울해했다. 성적 불이익에 대해서는 “하루만 안 해도 몸이 굳는 발레 특성상 특강과 공연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실력이 늘지 않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상비를 자비로 구입했다는 학생들의 주장에는 “모든 의상을 빌릴 수 없어 자율적 결정에 따라 구매하도록 강사에게 지시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다만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해 저렴한 곳에서 대신 싸구려 냄새가 안 나는 의상을 맞추라고 조언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당은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특강과 공연을) 하기 싫은 일부 학생들의 불만까지 책임져야 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윤여진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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