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1순위 '다이어트' 어원은 '건전한 삶'과 '필요한 음식'
많이 움직이고 적게 먹어야
곧 새해다. 누구나 새해 첫 날에는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 이루어야 할 것을 새롭게 작정한다. 서양에서는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약속하는걸 새해 ‘레졸루션(resolution)’이라고 부르며, 그 역사는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가장 대중적인 소원으론 돈 많이 벌기,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평생의 반려자 찾기 등 거창하고 목적지향적인 것부터, 5분 일찍 일어나기, 하루 한 번 착한 일 하기 등 작은 것들도 있지만, 아마도 몸무게 줄이기가 가장 많을 것 같다.
그런데, 필자가 다이어트에 관해 말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도 비만은 아니지만 과체중으로 판정 받지 않았는가. 필자 역시 매년 새해 첫 날 ‘금년에는 3㎏ 빼겠다’는 다짐을 수 년 째 해오고 있지만, 그런 다짐이 설 연휴를 넘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를 다루기로 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매스컴과 인터넷은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으로 넘쳐나고 있지만 대부분 경험적이거나 비과학적이다. 과학 중에도 물리학은 가장 과학적이다. 그러니 냉정하게 물리학적 관점에서 문제를 들여다 보기로 하자.
먼저, 질량보존의 법칙 관점에서 볼 때 문제의 본질은 매우 간단하다. 체내에 들어오는 물질보다 밖으로 나가는 물질이 더 많으면 몸무게는 줄게 마련이다. 그런데 인체의 핵심은 탄소다.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모두 탄소가 주성분이기 때문이다. 1㎈ 당 탄소 0.1g이 들어 있으니까 하루 2,000㎈를 섭취하는 사람은 하루에 200g의 탄소가 몸에 쌓인다. 이 탄소를 내 보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숨 쉬는 거다. 한 번 숨쉴 때 0.5L의 공기가 나가는데 이때 약 5㎎씩, 하루에 120g의 탄소가 방출된다.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 숨쉬기만 한다면 매일 80g씩 탄소가 쌓이게 된다. 그런데 걸으면 약 2배 배출되고 가볍게 조깅하면 배출양이 약 10배로 증가한다. 결국 질량보존의 법칙 관점에서는 많이 활동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둘째,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적용해 보자. 인간은 하루 2,000㎈ 정도 섭취하는데 대부분은 열로 발산되고 사용하지 않은 에너지가 나중을 위해 지방으로 충전된다. 비만의 주범은 지방이다. 지방은 일종의 연료 같은 것으로, 필요시 이걸 태움으로써 에너지가 얻어진다. 지방 100g은 1,000㎈를 만들어 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파워풀한 연료인 휘발유와 대등하며, 동일 무게의 다이너마이트보다 훨씬 위력이 크다. 이론적으론 언젠가는 지방으로 폭탄을 만들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방 100g을 덜어내려면 대충 500층 계단을 걸어 올라가거나 20㎞를 걸어야 한다. 가벼운 운동을 1시간하면 지방 10g, 격렬하게 해 봤자 30g밖에 타지 않는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적게 먹어라.
질량보존의 법칙, 즉 운동에 의한 다이어트를 적용할 자신도 없고, 에너지보존의 법칙, 즉 음식 조절하기도 힘든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권해 드리는 방법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적용해 보는 것이다. 가장 쉽게 체중을 줄이는 방법은 인터스텔라까지는 아니더라도 달나라나 화성으로 이민 가는 거다. 무게는 질량 곱하기 중력이다. 몸무게도 무게니까 동일한 몸뚱이도 중력의 크기에 따라 몸무게가 바뀐다. 달에서는 몸무게가 지구의 6분의1 밖에 안 된다. 화성에서도 지구의 3분의1 정도다. 현실적으로 비용 문제나 기술적인 문제로 우주여행이 힘든 분들은 지구상에서도 몸무게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적도에서는 원심력 때문에 중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60㎏인 사람은 약 200g 몸무게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싱가포르와 같이 적도 국가 여행 경비를 감당하기 어려우면 고산 지대로 가는 방법이 있다. 높은 곳일수록 중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과학적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경우,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보자. 선사시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서 시작하여, 고대 그리스 시대 밀로의 비너스, 르네상스 시대 보티첼리의 비너스, 19세기 르노아르의 나체상을 거쳐, 20세기 피카소의 두 여인, 마티스의 생의 환희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모두 풍만하다 못해 비만에 가까운 몸매를 자랑한다. 인류 역사에서 날씬한 몸매가 아름다움과 결부된 시기는 극히 짧은 걸 알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의 유전자에는 풍만함을 아름다움과 결부시키도록 코딩되어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날씬하지 않아도 자부심을 갖자. 다이어트라는 단어도 어원을 보면 ‘건전한 삶의 방법’ 혹은 ‘필요한 만큼의 음식’에서 유래한다. 이런 의미에서 새해에는 다이어트하자.
원광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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