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던 외교차관 협의 요청… 사이키 외무성 차관 오늘 방한
일본이 예정에 없던 외교 차관 협의를 요청해 29일 한일 외교부 차관이 서울에서 만난다.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코앞에 둔 연말을 틈타 일본이 이례적으로 고위급 협의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일본이 위안부 문제 등에서 전향적인 카드를 내밀지 주목된다.
28일 외교부에 따르면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29일 하루 일정으로 방한해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만날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 외교차관은 이번 협의를 계기로 한일관계와 지역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일 양국의 외교 차관이 만나는 것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하고 24일 새 내각을 출범 시킨 이후 처음이다.
이번 협의는 애초 예정에 없던 것으로 일본의 요청에 따라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이키 사무차관과 조 1차관은 지난 10월 1일 일본에서 열린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만나 양국 현안 전반에 대한 협의를 마친 터라 3개월 만의 협의 요청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일본이 사이키 차관의 방한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한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주변에서는 국내 정치적 기반을 다진 아베 총리가 사이키 차관을 통해 한일관계의 핵심사안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다시 거론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한ㆍ중ㆍ일)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만큼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일본과의 협의를 마다할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외교 소식통은 “한중일이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내년 1월 중순쯤으로 3국 외교장관회담 시기를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이키 사무차관이 이번 방한에서 3국 외교장관 회담 개최 문제를 조 1차관과 최종 조율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3기 아베 내각의 구성이 크게 변하지 않은데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내 보수적 기류도 크게 바뀌지 않은 만큼 사이키 사무차관의 방한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이키 사무차관이 내놓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이 우리 정부의 요구에 크게 미흡할 경우 외교차관 협의는 아베 총리의 생색내기용 카드에 그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없이 정상회담 개최 등에 대한 자국의 입장만 반복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협의에서 위안부 등 한일 간 핵심현안 해결을 요구하는 건 지나친 기대일 수 있다”면서 “큰 틀에서 내년 한일관계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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