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의회 정치적 대립 심화
효문화뿌리축제 등 예산 삭감, 의장단 활동비 등은 원안대로
비대위 내년 7월부터 소환 예고, 구청장-의장 회동… 절충안 기대
대전 중구 주민들이 구의회의 내년도 예산 삭감에 반발해 의원들을 대상으로 주민소환을 예고했다. 실제 주민소환은 법률에 따라 원 구성 1년 뒤에나 가능해 의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대전에선 초유의 주민소환까지 예고된 중구의회 사태의 전말을 짚어봤다.
28일 대전 중구에 따르면 ‘효문화뿌리축제 및 어린이집 영유아 냉난방비 삭감에 따른 중구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는 최근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삭감 예산의 부활을 요구했다. 하지만 합의점이 나오지않자 내년 7월부터 구의원 12명에 대한 주민소환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주민들은 내년도 예산에 대한 구의회의 특정 예산 삭감 조치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예산 삭감은 구청장과 당적이 다른 새누리당 의원 6명과 무소속 1명 등 7명이 주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5명은 예결위 구성 문제 등에 반발해 사실상 예산삭감을 방조한 측면이 있다고 비대위는 보고 있다. 의회의 예산 삭감이 정치적인 대립의 산물이라는 해석이다.
중구의회는 지난 19일 2015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액 3,006억원 중 10억8,000여만원을 깎았다. 삭감 예산 중에는 효문화뿌리축제 5억원과 중교로 차없는거리 토요문화마당 5,000만원 전액, 어린이집 냉ㆍ난방비 지원, 전기안전점검 예산의 절반이 포함됐다. 중구의회는 “집행부가 기초연금을 3개월분만 편성하는 등 최악의 재정위기 상황을 맞았다”며 “효문화뿌리축제 경비 등 소모성 예산을 삭감해 기초연금 재원으로 활용토록 했다”고 밝혔다.
중구의회는 이미 구청의 민간축제 관련 조례를 근거로 효문화뿌리축제 예산 삭감을 시도한 바 있다. 집행부가 효문화뿌리축제는 구청이 직접 예산을 세워 추진하는 축제라서 경비지원대상이 아니라는 법령해석 근거를 내밀자 재정상황을 이유로 든 것이라는 해석이다. 기초연금문제도 이미 국비와 시비로 11월까지 집행이 가능한 금액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구비는 천천히 마련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전시가 육성하는 3대 대표축제이자 국가 유망축제 선정까지 목전에 둔 효문화뿌리축제는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고, 더불어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행사도 좌절됐다. 어린이집 전기안전 상태도 위험에 방치될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주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재정악화를 이유로 소모성 예산을 삭감하면서 의원 자신들과 관계된 예산은 한 푼도 손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의회는 외유성 논란을 빚은 국내외 여비는 물론 의장단 활동경비 등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구의회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회의 모습을 주민자치센터에서 볼 수 있는 영상중계시스템 예산도 전액 깎아 버렸다.
비대위 관계자는 “주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집행부 예산을 얼마든지 삭감할 수는 있지만 지역발전과 주민들을 위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예산 삭감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 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갑 중구청장은 이와 관련 지난 26일 중구의회를 방문해 문제광 의장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박 청장이 복원을 요청한 예산은 효문화뿌리축제와 어린이집 냉ㆍ난방비 지원사업, 어린이집 전기안전 점검 예산 등이다.
박 청장은 “정치적인 문제로 주민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삭감 예산이 주민 뜻에 따라 재성립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뜻을 전했다”며 “의회도 주민이 바라는 바를 알고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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