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김세진, 해설위원 김세진, 감독 김세진. 어떤 옷을 입든 김세진(40)은 ‘대충’지나가는 법이 없다. 현재 그가 지휘봉을 잡은 프로배구단 OK저축은행은 신생구단임에도 자타공인 우승 후보다.
대학시절에만 해도 김세진의 꿈은 체육교사였다고 한다. 26일 경기 용인시 팀 훈련장에서 만난 김세진은 “시골 출신이라 교사가 전부인줄 알았다”면서 “언론과 주변의 기대에 떠밀려 오다 보니 어느 순간 스타가 되어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세진은 충북 옥천고 2학년 때 송만덕 당시 한양대 감독에 의해 일찌감치 스카우트됐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엔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승승장구였다. 하지만 김세진은 “당시의 김세진은 주변에서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수비는 물론 서브도 못했고 공격 하나 잘한 반쪽자리 선수인데 운이 잘 풀렸다”며 몸을 낮췄다.
스타 김세진은 KBSN 해설위원으로 발탁되면서 제2의 배구 인생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해설위원의 경험을 살려 선수들에게 ‘조곤조곤’작전을 설명해주는 모습은 배구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순조로웠던 그의 인생에도 오해와 편견이 끼어들었다. 김세진은 “삼성화재 출신 이미지가 박혀 있어서 그런지 편파 해설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감독이 되고서는 작전타임 중에 가식적으로 말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구단 홍보에 자주 등장하다 보니 ‘얼굴 마담’으로 스타 출신 감독을 기용했다는 말도 들어야 했다.
결국 피와 뼈가 되는 시간이었다. “해설위원을 7년 반 했다. 그 시간 동안‘내 것만 하면 되지’라는 선수시절에서 벗어나 양팀을 다 중립적으로 보고 주변환경, 감독까지 다 분석해야 했다. 감독 제의 받았을 때도 해설위원 경험이 없었다면 승낙 못했을 것이다.”
스승 신치용 감독이 호령하는 삼성화재와 계속 선두권 싸움을 하고 있지만 김세진은 아직까지 ‘청출어람’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나나 석진욱 코치나 삼성 출신이다 보니 우리 팀에서도 삼성 색깔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도“하지만 아직까지 ‘정예군’ 삼성을 따라갈 순 없다. 우리는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휘하 선수 중 ‘왕년의 김세진’과 제일 많이 닮은 선수로는 레프트 송명근(21)을 꼽았다. 그는 “명근이는 실수투성이에 개구쟁이로 그냥 헤헤거리며 잘 다닌다”면서도 “할 때는 확실히 하는 스타일”이라고 칭찬했다.
선수 김세진. 해설위원 김세진. 감독 김세진. 김세진은 결국 ‘인간 김세진’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경기를 해설하거나 누군가를 지도하게 된 것은 결국 선수 김세진의 후광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결국 인간 김세진인 것 같다. 인간 김세진은 정직하게 앞만 보고 간다. 그래서 그 바탕 위에 여러 역이 주어졌을 때 운 좋게 성공했던 것 같다. 감독으로서도 그렇게 성공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용인=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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