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닭 등 3200마리 살처분, 발표 늦춘 농식품부 늑장 대응 논란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팔던 토종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견됐다. 수도권에서 AI 발병이 확인된 것은 올 겨울 들어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2일 예찰 과정에서 채취한 닭 시료를 검사한 결과 27일 고병원성(H5N8형) AI로 확진됐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와 경기도는 모란시장에서 판매 중이던 토종닭과 칠면조, 오골계 등 가금류 3,202 마리를 살(殺)처분해 성남 공공매립장 인근에 매몰하고 닭 판매업소 11곳을 폐쇄했다. 또 시장에서 닭을 판매한 농장들에 소독 및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다만 이동제한 조치는 AI 확진 판정이 난 27일 이후 내려져 그 전에 도축돼 시중에 유통된 닭이 AI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모란시장에서 살아있는 채로 농장에 다시 공급된 가금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토종닭을 공급한 곳이 인천 강화군 농가로 확인됨에 따라 감염 경로 등을 정밀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내년 1월 5일까지 전국 전통시장의 가금류 판매시설과 계류장, 가금 중개상 운송차량을 이동식 고압분무기와 방역차량 등을 이용해 일제 소독할 계획이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이번 AI 발병에 대해 매몰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공식 발표를 해 ‘안이한 대처’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 신고 접수 및 확진 판정 시 각각 발표를 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장에서 판매 중인 가금류에서 AI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공개를 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재래시장은 가금류가 도축되는 곳이라 AI 전파 위험성이 낮아 별도로 발표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재래시장은 유동인구가 많아 AI 확산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올해 9월 이후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금류에서 AI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올 들어 AI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면서 살처분된 가금류가 사상 최대인 1,5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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