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토스트로 아침을 먹고 있었다. 피곤해서 입 속이 까끌까끌했다. 아이들도 우유를 마시고 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창 밖으로 검은 새떼들이 훑고 지나갔다. 누가 먼저 였을까. 아 저것 봐, 저것 봐. 새다, 새떼야. 여섯 살 큰 딸이었던 것 같다. 기러기 떼였다. 아파트 19층 창문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것들. 참새야, 비둘기야, 부엉이야, 세 살 작은 딸은 제가 아는 새들을 다 열거하며 흥분했다. 아니야, 기러기야. 그렇지 엄마? 언니가 얼른 바로잡는다. 추워서 따뜻한 곳으로 찾아가는 거야, 배운 대로 착실하게 동생에게 일러주느라 열심이었다. 남편과 나는 기러기 떼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그리 오래지 않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기습당한 것처럼 마음이 쿵쾅거렸다.
천변의 혜택이라면 그런 것이다. 지나가는 계절을 잠시 붙잡아 보여주는 것 말이다. 들꽃이 피는 계절이 있고, 강물이 불어 가로수가 잠기는 계절이 있고, 강물이 꽝꽝 어는 계절이 있다. 조용히 창 밖을 내다볼 여유는 별로 없다. 저렇게 기습하는 새떼들이 아니라면. 언젠가 창 밖으로 뭉게구름이 가득한 적이 있었다. 그 때도 어쩐지 마음이 아득하고 허전하였다. 문득 눈길이 멈출 때, 멈추고 가만히 있어 본다. 머릿속이 텅 비는데 그렇게라도 비우지 않으면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로 구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마음속을 드려다 봐야 할지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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