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과 진술 엇갈려 증거 필요" 조성진 사장, 소환조사에 계속 불응
CES 2015 전시회 참석도 불투명 대외 이미지 실추… 피해 커질 듯
"변명과 맞고소로 위기대응 실패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아" 지적
해외 전시회에서 경쟁사 세탁기를 파손한 것과 관련, 검찰이 26일 LG전자 본사와 창원 사업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아울러 사건 당사자인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사장)은 검찰의 출국금지로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예정인 ‘CES 2015’ 전시회에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등 LG전자는 대외 이미지 실추를 포함한 유ㆍ무형 피해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건 직후 솔직한 사과 등 적극적 대처보다는 변명과 맞고소 등 책임회피에 급급하다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격이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한항공에 이은 또 한번의 대기업 위기 대응 실패 사례가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4부(부장 이주형)는 이날 LG전자 본사와 창원 사업장을 압수수색을 벌여 올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IFA 2014’ 가전전시회 연관 자료와 임직원들의 컴퓨터(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압수 수색 대상엔 ‘IFA 2014’ 전시회 실무진들의 사무실 및 대외 소통 창구인 LG전자 홍보팀까지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전자 고발 내용(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 중에 당시 LG전자가 보도자료를 통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부분이 있어서 LG전자 홍보팀이 허위사실 여부를 얼마나 알고서 보도자료를 작성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며 “당사자들의 진술을 듣기는 했지만 진술이 엇갈려서 당시 상황에 대한 증거가 필요했다”고 압수수색의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IFA 2014’ 개막 직전 현지 유통매장 2곳에서 자사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도어 연결부 파손(재물손괴)에 따른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9월11일 LG전자 임원 등을 고발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특히 핵심 인물인 조 사장이 계속 검찰 조사에 불응해온 영향이 크다. 조 사장은 그 동안 검찰의 계속된 출두 요청에 내부 일정을 이유로 다음달 6~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CES 2015’ 전시회 이후까지 조사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LG전자의 피해도 상당할 전망이다. 검찰로부터 수사 지연을 이유로 출국 금지 당한 조 사장은 당장 ‘CES 2015’ 가전전시회 참석이 불투명해졌다. 연초 열리는 ‘CES 2015’ 가전전시회는 한해 시장 전망은 물론, 경쟁사 동향 파악 및 거래선과의 계약 등이 이뤄지는 중요한 행사다. 특히 조 사장은 LG전자가 고졸 출신 사장으로 키워 낸 간판급 경영진이란 점에서 이번 검찰 수사는 충격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이번 압수 수색 직후 LG전자가 ‘유감’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검찰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수사에서 LG전자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을 유감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그 동안 바쁘다고 해서 편의를 봐주면서 수사를 했는데 조 사장은 수 차례 나오라고 해도 나오지도 않고 있다”고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LG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지만 아직까지도 정확한 조 사장의 검찰 출석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LG전자는 “이번 조사로 회사의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이미지 손상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사와 조 사장은 앞으로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면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소환 조사에 계속 불응하고 있어 조 사장에 대해 체포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