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는 한국의 독일 배우기에 매우 놀란 듯했다. 고국 독일이 그리 훌륭한 나라인줄 뒤돌아보게 됐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의 독일 따라 하기에는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독일 역시 허점이 드러나면 고치기 때문에 한국도 자국 여건에 맞게 선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인터뷰 전문 보기)
-2014년 BBC방송 조사를 보면 한국인이 독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84%다. 한국인이 독일을 좋아하는 이유를 발견했나.
“양국 관계가 전통적으로 좋은 측면도 있지만 독일통일의 역사를 성공적이라고 여기는 점도 한몫 하는 것 같다. 1960년대 차관 제공, 광부와 간호사의 파독처럼 독일이 한국경제 재건을 도운 사실, 독일을 사회문제 해결의 모델로 보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
-정책하는 사람들도 독일 배우기가 열풍이다.
“한국에서 ‘독일이 모델이다, 모범이다’고 하는데 한국처럼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서 독일을 모델로 삼는 것은 특이한 사례다. 한국과 독일이 구조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인 것 같다. 강한 제조업, 수출 지향적,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 등 유사점 때문에 유독 독일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 완화 등 노동시장 개혁을 꺼내며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제시했다.
“하르츠 개혁으로 고용이 유연화 됐는데 동시에 임금, 휴가, 근로시간 등 비정규직 근로조건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했다. 두 가지가 동시 진행됐다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고들 한다. 유연화 정책을 쓰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 하지만 하르츠 개혁은 2003년 좋은 결정이었지만 지금은 저임금 노동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좋은 정책을 따라 할 게 아니라 경제상황, 사회복지 등에 맞춰 유연하게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일은 세계적으로 선진국으로 평가 받는데, 독일인이 보는 독일은 어떤가.
“지금 내 머리 속에도 고쳐야 할 게 수십 가지 떠오른다. 세 가지만 꼽자면 먼저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게 시급하고, 지난 10년간 벌어진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민주주의 구조에서 오는 의사결정의 복잡성을 간소화해야 한다.”
-한국인들이 독일을 잘못 이해하거나 과대평가하는 부분도 있나
“한국인은 독일을 '기적의 나라'로 본다. 나도 한국에 오고 나서야 ‘독일이 정말 좋은 나라구나’하고 느꼈다. 다만, 한국이 독일을 과대평가한다는 관점이 아닌 한국이 사회문제에 대해 벤치마킹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점은 오히려 독일이 배워야 한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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