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문건유출 개입 여부 수사 구속된 박관천 "조, 알고 있었다"
조응천 "파쇄 지시" 혐의 부인, 박지만에 정부누설 의혹도 조사
‘정윤회 문건’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지난 조사에서는 참고인 신분이었지만, 이번에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등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신병 처리 여부를 곧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이날 조 전 비서관을 상대로 박관천(48ㆍ구속) 경정의 청와대 문건 유출 과정에 개입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데 집중했다. 박 경정은 ‘정윤회 문건’등 본인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있으면서 작성한 청와대 문건 10여건을 지난 2월 서울경찰청 정보분실로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조 전 비서관의 허락을 받았다고 주변에 주장해 왔다.
박 경정은 그 동안 검찰 조사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진술하지 않았으나 구속된 후 최근 조사에서 ‘조 전 비서관도 문건 반출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박 경정의 문건 유출을 알고 있었다면 공범으로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비서관의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들은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그러나 검찰에서 “박 경정이 가지고 나간다는 문건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보고 받은 적 없고, 파쇄하라고 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윤회 문건 등 정식 문건을 가지고 나가는 것을 허락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경정이 정윤회씨를 겨냥해 국정개입설이나 박지만 회장 미행설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의 허위 문건을 작성하는 과정에 조 전 비서관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도 집중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경정의 문서 작성 동기 부분에 대해 상당 부분 조사가 진척이 됐다”고 밝혔다. 박 경정이 ‘정윤회 문건’과 ‘박지만 미행설 문건’을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건 작성의 동기가 검찰 수사의 마지막 관건이었는데, 조 전 비서관이 연루된 사실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과 관계를 돈독히 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박 경정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또 조 전 비서관이 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알게 된 정보를 비선으로 박지만 EG 회장에게 누설했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검찰은 박 회장을 지난 23일 다시 불러 조사한 뒤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재소환 여부를 최종 결정했다. 박 회장은 당시 검찰에서 조 전 비서관으로부터 자기 주변의 동향 등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은 문서를 직접 유출하지 않고, 내용만 전달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조 전 비서관은 그 동안 언론을 통해서 “박 회장에게 ‘청와대 문건 유출이 심각하니, 청와대에 얘기해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 경정이 문건을 반출한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과 검찰 수사관 등을 문건 유출자로 지목한 허위 보고서를 만들어 지난 5월쯤 청와대에 제출하는 과정에 조 전 비서관이 지시나 개입한 부분이 있는지도 조사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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