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향하던 중 경찰에 저지당해 "내달 5일 장그래법 폐지 2차 행진"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소복을 입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7명과 시민단체 회원 7명이 장장 6시간을 차디찬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온몸과 이마까지 땅에 닿도록 엎드렸다 서는 오체투지 행진으로 청와대를 향하던 중 경찰에 가로막힌 것. 보다 못한 시민들이 몸 밑에 스폰지 깔개를 밀어 넣고 담요를 덮어주려 했지만 이들은 거부했다. 김소연 전 기륭전자분회장은 “기어서 가겠다는 것조차 이렇게 막을 수 있느냐. 이렇게는 못 일어나겠다”며 흐느꼈다.
기륭전자분회는 22일 서울 대방동 기륭전자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일간의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김 전 분회장은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커녕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려고 하는 등 비정규직을 늘리는 대책을 내놓으려 한다”며 행진 이유를 밝혔다. 오체투지를 하는 10~15명과 이들을 따르는 행진단 70여명은 23일 국회에 도착, 비정규직법 관련 질의서를 전달했다. 이어 여의도 LG유플러스, 신문로 씨앤앰 등 같은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방문하고 25일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에 닿았다.
이날 오체투지 행진은 불과 30분만에 경찰에 막혔다. 경찰은 광화문광장~경복궁역 구간은 행진신고를 하지 않았고 신고한 경복궁역~청운효자동주민센터 구간은 폭이 좁은 주요도로여서 금지 통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진단은 “우리는 한 줄로 가는 것이라 교통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 줄로 엎드린 행진단과 경찰 사이에 실랑이 중 경찰은 미대사관 앞 도로에 주차된 승합차에서 집회 방송을 하던 백모(56)씨를 차량 유리창을 깨고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현장에서 체포하기도 했다. 행진단은 “노동자들의 짐과 옷이 실린 방송차를 불법으로 끌고 가려는 것을 막자 유리창을 부수고 폭력적으로 연행했다”고 반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이동을 요구해도 듣지 않아 견인하려던 경찰을 차로 밀었다”며 백씨를 연행했다.
행진단은 오후 4시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정부가 비정규직법을 폐기하라는 오체투지를 막고 짓밟는 것은 바로 850만 장그래(비정규직)를 짓밟는 것”이라며 1월 5일 2차 행진을 제안한 뒤 해산했다.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대부분 파견ㆍ계약직 근로자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05년부터 1,895일간 농성을 벌여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으로 일컬어진다. 2010년 사측과 정규직 고용에 합의, 지난해 5월 회사에 복귀했지만 일감과 임금을 받지 못했다. 그 해 연말 회사가 사옥을 신대방동으로 기습 이전하면서 빈 사무실에서 농성을 이어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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