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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ㆍ현대상선 합병되면 한국 파이 오히려 줄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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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ㆍ현대상선 합병되면 한국 파이 오히려 줄이는 것"

입력
2014.12.2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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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금융위기 이후 불황 계속

업계 10조원 가까운 누적 적자

국내 1,2위 상생이 바람직

정책 금융 지원 확대해야

이윤재 한국선주협회 회장
이윤재 한국선주협회 회장

“글로벌 선사들끼리의 대형 해운동맹 결성과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화’ 추세에 대응해 우리 해운업계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두 업체의 합병은 시너지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윤재(69) 한국선주협회장(흥아해운 회장)은 40년 해운 인생에서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가 없었다며 깊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실제 국내 해운업은 최근 6년간 지속된 장기 불황 속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타개할 만한 특단의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필요성까지 제기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2개의 대형선사가 서로 경쟁하며 협력하는 상생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히 내년 출범하는 두 거대 글로벌 선사동맹의 파상공세에 대비해 우리 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설 수 있도록 초대형 선박 도입을 위한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선주협회는 외항해운선사들의 협의체로 현재 209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우리 해운업계가 얼마나 어려운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불황으로 그간 누적적자가 10조원에 가깝다. 재무구조 및 영업실적 악화로 주요 선사들의 부채비율은 1,000%를 넘어섰다. 규모가 큰 선사일수록 어려움은 더 크다. 차입한 돈을 연장하며 겨우 목숨을 이어 가고 있다. 40년 해운 인생에서 지금처럼 어려운 시절은 한 번도 없었다. 해운업계의 어려움은 조선과 항만 등 국내 해양산업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선복량(선박에 실을 수 있는 적재용량) 과잉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선박운임 하락세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 등 글로벌 선사들 간의 거대 동맹이 출범할 예정이어서 해운시장의 글로벌 각축전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런데도 국내 해운사들은 금융권의 구조조정 압박으로 보유한 알짜 자산마저 매각하며 점점 성장동력을 잃어 가는 심각한 상황이다.”

-기업들의 자구 노력은 진행되고 있나.

“팔 수 있는 것은 이미 모두 팔았다. 한진해운은 벌크전용선과 전용 터미널을, 현대상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부문을 매각했다. 이런 선박들은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이나 포스코 등 대량화주와 20년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해 운임수입이 보장된 안정된 사업부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기초자산을 매각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생존을 위해 주요 성장동력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 보이는데 극복 방안은.

“우리 선사들이 선박과 터미널 등 필수자산까지 매각해 현재 9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어렵다. 정부에서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회사채 차환발행, P-CBO 발행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지원 요건이 까다롭고 금액도 적어 효과는 미미하다. 단기적으로 중소 해운사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지원 대상을 늘려야 한다. 또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정책에 따른 핵심자산 매각으로 컨테이너 사업부문만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리스크 감소를 위해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한 해운기업에 오히려 불황기 리스크를 더 크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대형선사의 정상화를 위해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영구채 발행 등 채권단의 선제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거대 해운사 간 합종연횡이 활발한데 대응 방안은.

“머스크라인 등 글로벌 선사들은 1만8,000TEU급 초대형선을 경쟁적으로 확보해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는 한편, 대형선사 간 해운동맹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진해운은 기존 4개 선사로 구성된 CKYH의 외연을 확대 중이며, 현대상선도 대형선사와의 협력확대 및 선복량 증대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동맹 구축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동맹 내에서도 동등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도태될 수 있다. 정책금융기관이 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우리 선사들도 경제성 있는 초대형 선박 확보에 나설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대형선사 간 합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쳐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오히려 볼륨만 줄어들 뿐이다. 두 국적선사가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 경제 규모를 보더라도 2개의 대형선사가 있어야 한다. 두 선사를 합병하면 금융권도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어렵더라도 두 회사를 잘 살려야 우리 해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내년 해운산업 전망은.

“올해 초만 해도 해운 시황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실망감이 더 컸다. 일단 국제유가가 하락세이고 환율도 도움을 주고 있어 내년엔 그나마 희망의 빛이 보인다. 현대상선의 경우 내년 한 해 유가와 환율이 지금같이 이어진다면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해운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유동성 공급도 중요하지만, 초대형 선박에 대한 투자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다. 해운업계에 대한 정부와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 및 긴밀한 협력을 당부한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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