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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가속 팽창 최신연구 소개..."천문학 관심 수준 높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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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가속 팽창 최신연구 소개..."천문학 관심 수준 높이고 싶어"

입력
2014.12.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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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끝을 찾아서’를 쓴 이강환씨는 “이 책을 보고 과학자들이 어떻게 연구하는지 알게 됐다. 막연히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로 힘든 과정일 줄 몰랐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우주의 끝을 찾아서’를 쓴 이강환씨는 “이 책을 보고 과학자들이 어떻게 연구하는지 알게 됐다. 막연히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로 힘든 과정일 줄 몰랐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우주가 점점 빠른 속도로 팽창 중임을 관측을 통해 알아낸 애덤 리스 등 세 명의 천문학자가 받았다. 그건 몹시 당황스런 발견이었다. 기존 이론이 예측한 것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기존 표준 우주 모형에 따르면 우주는 반드시 팽창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감속 팽창을 해야만 했다. 가속 팽창을 발견한 사람들의 원래 목적도 감속 비율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정반대 결과에 그들조차 반신반의했다. 우주가 가속 팽창하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원인도 정확하게 모르는 결과를 발견한 업적에 주어진 것이다.

우주 가속 팽창에 대한 연구는 천문학의 최전선이다. ‘우주의 끝을 찾아서’는 과학자들도 쩔쩔 매는 이 난제 중의 난제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 결코 쉬운 내용이 아니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썼다. 본심 심사위원들은 “이런 책을 쓰는 과학자가 있어서 고맙다”고 했다.

저자 이강환(45)씨는 국립과천과학관의 천문우주전시팀 연구관 겸 팀장이다. “중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는 재미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책을 목표로 썼다”고 말한다.

“별과 우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고 입문 성격의 천문학 책도 많아요. 하지만 최신 연구를 전하는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 낮은 수준에서 별자리와 태양계, 망원경 정도를 다루죠. 그 수준을 넘어서고 싶었어요.”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은 연구 결과가 아니라 거기에 이르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는 과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는지 보여주기 위해 실제 논문에 실린 자료와 그래프를 그대로 소개했다. 천문학자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에는 그들의 분투, 당혹감, 열정, 환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우주 팽창의 감속 비율을 알아내려고 시작한 초신성 관측 프로젝트의 두 연구팀이 경쟁과 밤샘 관찰 끝에 가속 팽창을 발견하는 과정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한 편의 드라마다.

스릴 만점인 이 엎치락뒤치락 노정이 마침내 도달한 당혹스런 신천지에서 저자는 과학의 미덕과 과학하는 자세를 이야기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스스로 오류를 수정하면서 발전해 가는 것이 과학입니다. 그런 점에서 과학자들은 가장 엄격하면서도 가장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저자에게 이 책은 첫 저술이다. 그 동안 과학책을 여러 권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신기한 스쿨버스’ 시리즈와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공역) ‘우리 안의 우주’ 등이 있다. 다음 책으로 태초의 빛, 우주배경복사를 주제로 한 교양서를 쓸 계획이다. 우주의 나이,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분포를 알아내는 게 다 우주배경복사를 통해서다. 이 책도 연구 결과보다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그는 “과학관에서 일하면서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난 경험이 책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떤 설명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체투영관에서 하는 과학 토크콘서트와 구형 천장을 스크린 삼아 펼치는 국제영화제, 천문학의 최신 성과를 천문학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특강 등 인기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 심사평 - 사회 비판ㆍ과학적 관심 많아져

교양 부문에서 올해의 특징은 사회학과 과학 분야가 도드라졌다는 점이다. 사회학이 1990년대 이후 주춤해 아쉬웠는데 최근의 여러 상황들이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적 분석으로 이어진 까닭인지 풍성해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 가운데 도드라진 책이 ‘모멸감’이다.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어로 뽑은 키워드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분석, 그리고 해석은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저자의 지속적 사회 연구와 관심이 이끌어낸 결과라는 점에서도 이 책은 평가할 가치가 있다.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아 읽기 쉽다는 점에서 대중교양서로서 미덕을 갖췄다고 본다. 그렇다고 내용이 느슨한 것도 아니다.

과학 분야 책이 많이 읽히는 건 과학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세상의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흔히 과학책의 출간과 독자가 느는 것은 독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지표가 된다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많은 과학책이 본심에 오르는 건 고무적이다. ‘우주의 끝을 찾아서’는 어려운 주제를 현학적이거나 이론 위주로 설명하지 않고 적확하면서도 친근하게 풀어냈다. 끊임없이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며 이끌어가는 힘은 압권이다. 이런 교양서를 써낼 수 있는 과학자가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고맙다. 큰 수확이다.

김경집(인문학자ㆍ전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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