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애국심 자극… 상영관 연일 매진, 대북압박·응징 강화 빌미 제공도
코미디 영화 ‘인터뷰’ 상영을 막으려고 미국 영화사를 해킹ㆍ협박한 북한의 ‘우물 안 개구리식’ 행동이 오히려 더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고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북 응징 정책으로 번질 조짐이다.
26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온라인 공개에 이어 전날부터 개봉이 이뤄진 상영관에 많은 관객이 한꺼번에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상당수 관람객은 영화 내용에 상관없이, 북한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을 겁박한 것에 분노하고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은 수도 워싱턴과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댈러스 등 미 전역 320개 독립영화관에서 25일 일제히 상영에 들어간 ‘인터뷰’가 상당수 도시에서 매진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시내 ‘웨스트 엔드 시네마’(75석)의 경우 이날 상영된 1~4회차 모두 매진됐으며 26, 27일 상영분도 표가 모두 팔렸다. 뉴욕 맨해튼의 ‘시네마 빌리지’에도 관람객이 몰렸고, LA 시내 페어팩스 블러바드의 소극장 ‘시네패밀리’(120석)는 몰려든 관객을 수용하기 위해 간이의자까지 배치했다.
이날 주요 영화관 주변에서는 CNN과 NBC 방송 등 취재진이 북적거렸으며, 극장 주변에는 경찰차들이 배치돼 만일 사태에 대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관람객 중 상당수가 애국심 때문에 영화를 보러 왔다고 전했다. 워싱턴 인근 머내서스 독립영화관을 찾은 론 올리버씨 부부는 “표현의 자유와 미국에 대한 애국심을 가르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부부는 “자녀들은 너무 어려 다른 영화를 보도록 했지만, 애국심은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올리버씨 부부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관람객으로 밤 늦게까지 영화관이 붐볐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미국 시민의 애국심을 자극하면서, 이에 민감한 미국 정치권도 재빨리 북한 카드를 활용할 조짐이다. 내년부터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공화당이 소니 픽처스 해킹을 계기로 대북 제재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태세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신년 국정연설에 북한 문제와 대북정책 방향을 공식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상원과 하원 외교위는 내년 1월6일 114대 회기가 개원하는 대로 대북 금융제재를 강화하는 입법을 먼저 추진할 전망이다. 하원 외교위의 경우 에드 로이스(공화ㆍ캘리포니아) 외교위원장이 대북제재 이행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고, 상원에서도 외교위 간사를 맡게 된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법안에는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식 제재와 같은 대북 금융제재 강화 조치가 포함되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은행, 정부 등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조항도 추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화당의 대표적 대북 강경파가 포진한 상원 군사위원회(위원장 존 매케인ㆍ애리조나)와 하원 군사위원회(위원장 맥 손베리ㆍ텍사스)는 이번 소니 해킹사건과 관련해 행정부 관리들과 관련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대북 압박을 보다 강화하는 취지에서 내년 1월20일 새해 국정연설에 북한관련 부분을 포함시킬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국정연설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고, 9월 유엔총회 기조 연설 때도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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