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에서 새벽 장사하는 한 모(62)씨가 내원한 것은 첫 눈이 내린 다음 날이었다. 이른 새벽 출근길에 눈이 얼어붙은 빙판길에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넘어질 때에는 엉덩이만 얼얼할 뿐 별다른 통증이 없어 병원에 바로 들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허리와 등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져 내원했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결과, 4번 척추에 압박골절이 있었고 추가로 실시한 골밀도 검사에서는 골다공증이 확인됐다. 검사 당일 바로 척추성형술 시술을 받은 한씨는 두어 시간 안정을 취한 뒤 정상적인 상태로 귀가했다.
겨울철 빈번히 발생하는 빙판길 낙상사고는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추운 날씨로 인해 근육과 관절이 굳고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피해가 더 커진다. 특히 골다공증 환자는 뼈가 약한 상태라 작은 충격에도 쉽게 뼈가 부러진다. 여성의 경우 폐경 전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면서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 기능이 활성화되지만, 폐경 후에는 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줄며 골밀도가 떨어져 골다공증이 생기기 쉽다.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내분비학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0세 이상 남성 2명 중 1명이 골감소증(골밀도가 정상인의 75~90% 수준) 혹은 골다공증(골밀도가 정상인의 75% 미만)이었다. 남성의 잦은 흡연과 음주는 조골세포 증식과 기능을 억제하며 뼈를 갉아먹는 파골세포 활동을 늘려 뼈에 악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은 몸 밖으로 칼슘 배출을 촉진하므로 칼슘 흡수가 낮아져 골다공증 위험이 커진다.
빙판길 낙상으로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허리에 충격이 가면 척추압박골절이 생기기 쉽다. 척추압박골절은 다른 부위의 골절과 형태가 다른데, 골절이 생기면 척추가 깡통처럼 찌그러지고 주저앉는 형태가 된다. 이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몸이 점점 앞으로 굽는 척추전만증이나 옆으로 굽는 척추측만증과 같은 변형이 될 수 있기에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과거 척추압박골절 치료는 누워서 안정을 취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고령 환자의 경우 오랜 침상생활로 체력이 저하되고 장기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며 욕창이나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는 등 중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척추성형술이라는 간단한 시술로 척추압박골절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필자가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 연수시절 사사를 받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척추성형술은 도입 초기부터 골다공증과 척추압박골절 치료에 효과적인 시술로 주목 받아왔다.
척추성형술은 매우 간단한 시술로, 국소마취 후 지름이 3㎜ 정도 되는 주사바늘을 이용해 주저앉은 척추 부위에 골시멘트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투시 촬영기를 통해 주사바늘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시술이 가능하다. 시술시간은 15분 내외로 별다른 입원 없이 당일 치료가 가능하고, 시술 즉시 거동할 수 있는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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