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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IT전문가 육성해 제2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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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IT전문가 육성해 제2 인생

입력
2014.12.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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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없어 장기고용ㆍ복리후생 각별...유해 콘텐츠 차단 큰 힘

에버영코리아의 서울 은평 사무실에 근무하는 시니어 직원들이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링 작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에버영코리아의 서울 은평 사무실에 근무하는 시니어 직원들이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링 작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퇴임 때까지 건설업에 종사했던 안상섭(68)씨는 최근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전까지 IT는 청년들에게만 허락된 분야라고 생각했지만, 안씨는 온라인 지도 속에 우연히 등장한 사람 얼굴이나 자동차 번호판 등을 지우는 블러링 업무를 맡아 실력 발휘를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몰랐던 것을 배워가면서 일할 수 있어 즐겁고 만족도가 높다”며 “이 일을 통해 IT 서비스와 가까워져 일상 생활도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안씨가 근무하는 곳은 인터넷기업 네이버가 시니어 고용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노인 인력 관리업체 ‘에버영코리아’다. 네이버는 수년 전부터 ‘나이는 많지만 여전히 의욕적인 시니어 세대의 역량과 경륜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해 왔다. 특히 사회공헌 차원에서 제공하는 생색내기용 일자리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장기적 고용이 어렵고 단순한 소일거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체 특성을 살려 고연령 인력들을 IT 전문가로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결국 찾아낸 것이 지도 블러링이나 이미지ㆍ동영상 등을 확인하는 모니터링 업무였다. 이 일은 인터넷기업이 콘텐츠를 제공할 때 개인정보 노출 방지와 유해 콘텐츠 근절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터넷을 능숙하게 검색하고 카페 블로그 지식 서비스 등을 활용하는 50대 이상 이용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이들은 젊은 세대 못지않게 밴드나 라인 같은 모바일 서비스를 능숙하게 활용한다는 점에서 모니터링 업무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시니어 고용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에버영코리아와 손 잡고 55세 이상 인력 활용에 나섰다. 지난해 8월부터 네이버가 에버영코리아를 통해 채용한 인력은 현재 3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서울 은평과 송파, 경기 성남시 등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모니터링 직원으로 근무한다. 직원들의 면면은 전업주부와 교사부터 여행사, IT업체 종사자 출신까지 다양하다. 최고령은 회계법인 출신으로 올해 80세다.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인만큼 장애인도 있다. 은평 사무실의 경우 8명의 장애인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하지만 에버영코리아 입사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건 아니다. 입사한 직원들이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서류전형과 실기평가 등 청년 채용에 준하는 절차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입사를 원하는 이들은 늘 정원보다 많다. 최근 진행한 신입 채용에는 다양한 배경과 경력을 가진 이들이 응시해 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입사 후 만족감을 가지고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네이버는 근무환경과 복리후생 프로그램 등도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다. 시니어 직원들은 하루 4.5, 5.5, 7시간 중 본인이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근무할 수 있다. 매 시간 50분 근무와 10분 휴식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며, 휴식시간에는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가르치는 전문 강사가 건강관리를 돕기도 한다. 직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인근 헬스장과의 연계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정년을 따로 두지 않아 건강이 허락하는 한 100세까지도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근속 수당도 제공하고, 각 근무조의 조장에게는 직무 수당을 추가로 지급한다. 4대 보험은 물론 안과 검진이나 회식, 워크숍, 명절 선물 등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이들이 직업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업무 투입 전 실시하는 최대 3개월 간의 교육 외에도 지속적으로 디지털 교육을 진행한다. 여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직원은 관리자나 강사를 맡을 수 있는 제도도 두고 있다. 동기 부여를 위해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도 준다.

이 같은 맞춤형 관리 덕에 시니어 직원들은 기대 이상의 업무 성과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일에 대한 의욕이 강해 근무 태도가 성실하고 일처리가 꼼꼼한 편이다. 청년들에 비해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도 높다. 이들의 강점은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도 블러링의 경우 인당 월평균 생산성이 시니어 1,880건, 청년 1,940건 정도로 큰 차이가 없고, 오류율은 시니어가 0.17%로 오히려 청년(0.31%)보다 뛰어나다. 정은성 에버영코리아 대표는 “대부분의 시니어 직원들이 청년 사원처럼 출입증을 목에 걸고 출근하는 데 자부심을 느껴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말한다”며 “사업 특성과 시니어의 장점을 잘 조합해 기업과 직원이 윈윈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여 간 시니어 인력 활용의 가능성을 확인한 네이버는 내년에는 500여명으로 채용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모니터링 외에도 고연령자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맡길 계획이다. 최인혁 네이버 서비스운영본부장은 “시니어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채용 인원을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며 “더 많은 기업이 시니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공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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