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만일의 사태 대비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2차 파괴’를 경고한 25일 전국의 원자력발소들은 평소처럼 정상 가동됐다. 정부는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추가 공격에 대비해 27일까지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성탄절인 이날 오후 6시까지 고리 원전 1ㆍ3호기와 월성 2호기에 우려했던 공격 징후나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네이버 블로그가 폐쇄된 이후 한수원 내부 자료를 올린 원전반대그룹의 트위터 계정에도 추가로 글이나 자료가 올라오지 않았다.
원전반대그룹은 트위터를 통해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10만여 장의 자료를 추가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하겠다”며 공격 대상으로 고리 원전 1ㆍ3호기와 월성 2호기를 지목했다. 정부와 한수원은 해킹으로 원전에 이상이 발생할까 봐 고리ㆍ월성ㆍ한빛ㆍ한울 원전본부에 비상상황반을 구성한 뒤 극도의 긴장 속에 크리스마스 전야(24일)부터 밤샘 대비했다.
이 원전들 이외에 현재 가동 중인 나머지 17기도 정상 운영됐다. 정기점검을 받고 있는 한빛 3호기와 한울 5호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전 심사로 가동을 멈춘 월성 1호기도 별 탈이 없었다. 정부는 우려 확산을 막기 위해 성탄절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네 차례에 걸쳐 “원전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언론에 알렸다. 원전반대그룹이 협박을 현실화하지 못한 이유로 “폐쇄 운영되는 원전 제어시스템을 외부에서 해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한수원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원전반대그룹이 한수원 컴퓨터(PC)에 악성코드 이메일을 발송한 지난 9일 이후 행적으로 볼 때 이날을 무사히 넘겼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원전반대그룹은 이달 15일부터 23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85건의 원전 자료를 인터넷에 띄엄띄엄 올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한수원은 “공개된 자료 중 9일 직전의 최신 자료가 없어 이번 공격 때 유출된 것이 아닌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지만 추가 자료가 공개될 때마다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허를 찌르는 공격이나 추가 자료 공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27일 오전 8시까지 비상상황반을 계속 운영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확보한 자료를 조금씩 올려 마치 해킹이 계속 이뤄지는 것처럼 고도의 심리전을 펴왔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월성 1호기 연장가동에 반대하는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서울 광화문 원안위 앞에서 원전 사이버 공격 중단 피켓 시위를 벌였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원전을 해킹하면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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