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대한통운 무리한 인수로 그룹 해체 위기… 뼈 깎는 구조조정
금호타이어·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워크아웃 졸업하며 새 전기 마련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5년간 시련의 시기를 보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력 회사의 워크아웃 졸업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금호는 향후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을 되찾고,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금호산업의 경영권도 되찾을 방침이어서 내년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중대한 기로가 될 전망이다. 박삼구 회장이 내년 경영화두로 자신을 강하게 만들고 쉼 없이 노력한다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을 제시한 것도 그만큼 재도약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금호의 과거를 되짚어보면 현재 워크아웃 졸업은 벼랑 끝까지 갔다가 간신히 되살아난 상황이다.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하며 단번에 재계서열 10위권에 진입했지만 무리한 인수합병은 오히려 그룹을 해체 위기로 몰고 갔다. 재계에서는 이를 ‘승자의 저주’로 봤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결국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각 자금 4,000억원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정상화 노력에 나섰다. 금호생명과 금호렌터카, 금호고속,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 알짜 계열사들도 차례로 매각됐다.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꺾였지만 경영사정은 조금씩 개선됐다. 금호산업은 워크아웃 결정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지만 매년 부채비율을 줄여 최근 501%까지 떨어뜨렸다.
적자상태였던 금호타이어와 아시아나항공도 흑자로 돌아서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결국 지난달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이달 들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도 차례로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체제를 벗어났다.
내년 사업전망도 나쁘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유가 급락과 중국 관광객 급증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유류비가 전체 비용 가운데 35%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유가하락 흐름이 이어지면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도 3분기까지 2,7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 조지아 공장 투자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크아웃 체결 당시 3만%였던 부채비율도 지난 3분기 149% (연결기준 27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우량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금호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금호산업을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 박 회장 등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10.51%에 불과해 채권단이 보유한 57.6% 지분을 향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동생이자 형제갈등을 겪었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것도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12.61%을 보유하며 금호그룹과 끈을 놓지 않고 있어 금호산업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은 그러나 금호그룹이 채권단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금호산업을 반드시 되찾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주식 42.1%와 사모펀드가 사들인 금호고속에 대해서도 금호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박 회장과 금호의 자금조달 능력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워크아웃 과정에서 사재를 내놓아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못할 것”이라며 “금호의 주력회사들을 박 회장 일가가 되찾아올 수 있을 지가 내년 재계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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