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쪽이 응하지 않을 땐 기각 임대료 산정·조사로 역할 한정돼
내년 2월 시행 전 보완 목소리
여야가 내년 2월부터 전국 시ㆍ도에 설치하겠다고 합의한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가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임대인(집주인)과 임차인(세입자) 중 어느 한 쪽이 조정절차에 응하지 않을 경우 조정신청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등 법적인 구속력이 전혀 없는 탓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에 전격 합의하면서 관련 법을 개정해 내년 2월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도입키로 했다. 서민주거안정 대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분쟁조정위 도입은 가장 실질적인 성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조차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현재 정부와 여야가 구상하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은 강제적인 구속력보다는 임대차 분쟁 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수준이다. 여야 합의문에서도 위원회의 역할을 ‘적정 임대료 산정 및 조사’ 로 명시했다.
이와 관련, 작년 8월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은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 보증금 증감이나 반환, 임대차기간, 임차주택의 수선의무 등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이 맡는 위원장을 포함해 5~15명으로 위원을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상대방(피신청인)이 조정절차에 응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통지하거나 조정신청서를 받은 7일 이내에 의사를 통지하지 않을 경우 위원장이 조정신청을 기각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대인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조정신청조차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임대차 관련 분쟁은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세입자에게 불리한 경우가 많아 별도 기구를 마련해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자는 취지”라며 “구체적인 권한과 역할은 국회의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법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어 강제성을 부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창우 세입자협회 공동대표는 “임대인 입장에선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계약을 연장할 의무가 없는데 분쟁 조정 수용할 이유가 없다”며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임대료 사정관이 공정 임대료를 산정해 등록하면 집 주인이 이를 지키도록 하는 등 분쟁조정위를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적정한 임대료를 통제하는 기구로 활용하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분쟁조정위가 제시하는 적정 임대료에 강제성을 부여하기 보다는 표준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대신 적정 임대료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를 분쟁조정위가 조정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조정 결정 위상을 높이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동엽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정부가 올해 도입키로 한 상가권리금 분쟁조정위원회의 사례처럼 법원 판결 시 참고사항으로 활용한다는 문구를 넣는 식으로 권한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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