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서 김병석 경사 학생 아버지의 도움 요청 계기
6개월간 매일 친형처럼 전화 자살하려 한 학생, 교실로 되돌려
대규모 학교 폭력 서클 해체시킨 정 경사 등과 우수 SPO에 선정
서울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김병석(29) 경사는 올해 3월 초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남성은 “우리 아들 좀 도와달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청했다. 이윽고 마주한 소년은 축 처진 어깨로 김 경사를 초점 없이 바라만 봤다. 중학교 3학년 정남(15ㆍ가명)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정남이는 학교폭력 피해자였다. 중학교에 입학한 뒤 정남이는 학급회장이었던 급우로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따돌림과 폭행을 당했다. 가뜩이나 오랜 외국생활로 학교 적응에 애를 먹은 정남이는 1년 넘게 아픔을 혼자 삭였다. 어린 시절 사촌형한테 당한 성폭행의 충격, 이혼소송 중인 부모의 불화 등도 정남이의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김 경사는 세상과 담을 쌓은 정남이에게 친형처럼 다가갔다. 매일 전화와 문자를 주고 받으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얼굴을 마주보고 고민도 나눴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나자 한 때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할 만큼 굳게 닫혔던 정남이의 마음도 열리기 시작했다. 이제 정남이는 또래 보통 학생으로 돌아갔다.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예술고 진학을 목표로 실용음악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김 경사는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지만, 끈기와 진심을 갖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눈높이에 맞춰 각자 필요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폭력 근절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경사는 폭력피해 학생을 변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6일 서울경찰청이 포상하는 ‘우수 학교전담경찰관(SPO)’에 선정됐다. SPO는 서울청이 학교폭력 해결을 전담하기 위해 올해 2월 도입한 제도다. 김 경사 외에도 학교폭력 서클을 해체한 광진서 정재형 경사가 베스트 SPO에, 학교 내 집단 따돌림을 적발한 수서서 서우승 경사가 우수 SPO에 각각 선정됐다.
정 경사는 2012년 학교 주변을 순찰하던 중 패싸움 현장을 적발한 일을 계기로 5개월여의 수사 끝에 56명이 가입한 대규모 폭력서클을 해체하고, 전문 상담과 재범방지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가해 학생 선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서 경사는 한 중학교 학급 전체에서 집단 따돌림이 만연한 사실을 알아낸 뒤 지역사회와 특별 인성강의, 일대일 면담 등 협업 계도를 실시해 성과를 거뒀다.
서울청 관계자는 “11월까지 올해 학교폭력 신고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며 “SPO 등 전문적인 폭력 근절 활동을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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