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폐교 리모델링…전·현 임직원 및 가족 대상
목수과정 등 귀촌·전원생활 교육, 외국 농업교육생 단골 견학코스

지난해 포스코를 퇴직한 A(59)씨는 최근 1년 이상 묵은 고민을 해결했다. 농촌에 황토집을 짓고 살려고 퇴직 전에 땅까지 구입해 두었지만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하던 그는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농교육기관인 ‘에코팜’에 등록해 직접 집 짓기 기술을 습득했기 때문이다. 생소한 건축서적을 뒤지며 헤매던 그는 지난 8월 에코팜 한옥목수와 구들시공 2개 과정에 등록해 최근 무사히 수료했다. A씨는 “강도 높은 실습위주의 교육 덕분에 직접 살 작은 집은 물론 황토집 사업을 해도 될 것 같다”며 만족해 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운영하는 에코팜이 퇴직 후 귀촌을 꿈꾸는 전ㆍ현 임직원과 그 가족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영농기술을 비롯한 귀촌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실습 위주로 교육하고 있어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포항제철소에 따르면 에코팜은 2008년 3월 폐교된 포항시 북구 죽장면 ‘죽북분교’를 리모델링, 2011년 4월 1일 문을 열었다. 에코팜이라는 이름은 영어 환경친화적인(Ecological)의 머릿글 ‘에코(Eco)’와 농장을 의미하는 ‘팜(farm)’이 합쳐진 말이다.
1만6,891㎡의 부지에 분재실과 표고버섯 재배사, 비닐하우스, 실습용 농장 등 영농기술 시설과 사무실과 강의장, 숙소, 휴게실, 식당, 샤워장 등 기본 편의시설, 탁구장, 풋살구장, 족구장, 배구장 수강생의 체력 증진 시설 등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해마다 상ㆍ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8, 9개의 영농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소목공예나 가정원예 등 전원생활을 꿈꾸는 누구나 관심 가질만한 과정부터 천연염색, 과수재배 등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교육도 실시된다.
올 하반기 산약초 정보 과정을 이수한 김일겸(58)씨는 “무심코 지나쳤던 산나물과 약초를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잘 갖춰진 교육시설로 접수 때마다 에코팜에는 포스코 및 계열사 퇴직자, 퇴직예정자로 북적인다. 지난 2011년 개소한 이래 올 하반기까지 배출된 수료생은 3,000명이 넘는다.
자사 퇴직자를 위한 시설이지만, 외국 농업 교육생들의 단골 견학코스로도 유명하다. 국내 어느 영농교육장 이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는 모잠비크 농업훈련원생 2명이 포항제철소 에코팜을 방문해 교육을 받기도 했다.
포항제철소는 에코팜의 교육과정을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할 방침이다. 올해 교육생 중 이미 퇴직한 전직 임직원 비율이 75%에 이름에 따라 소자본 창업에 도움이 되는 과정을 보강할 계획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관계자는 “창업 가능성이 높은 교육 과정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앞으로 체계화된 프로그램으로 수강생의 전원 생활 및 은퇴설계를 적극 지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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