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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대 세월호 직격탄...예매 취소 줄이어 재정난

입력
2014.12.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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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행 제작사 나오고

체불로 공연 취소 사태까지

연극단체 간 갈등 수면위로

내년 서울연극제 불발 위기

제작사의 임금체불 문제로 시작 직전 공연이 취소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플레이디비 제공
제작사의 임금체불 문제로 시작 직전 공연이 취소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플레이디비 제공

한국공연센터를 검찰에 고소한 서울연극제지키기 시민운동본부의 모습은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 공연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연합뉴스
한국공연센터를 검찰에 고소한 서울연극제지키기 시민운동본부의 모습은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 공연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연합뉴스

2014년 공연계는 절치부심의 해를 보냈다. 뮤지컬계는 고질적인 재정난에 공급과잉이 맞물려 최악의 한 해를 보냈고 연극계는 역대 최다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도 이렇다 할 메가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다. 연말 불거진 서울연극협회와 한국공연예술센터간 갈등으로 35년 전통의 ‘서울연극제’가 내년 축제를 열지 못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한국 초연 이후 꾸준히 성장곡선을 그려왔던 뮤지컬계가 올해 4월 세월호 참사로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가적인 추모 분위기로 예매취소가 줄을 이었고 자금이 돌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곪았던 문제가 하나 둘씩 드러났다. ‘쓰릴 미’ ‘넥스트 투 노멀’ 등 뚜렷한 색깔을 가진 작품을 제작해왔던 중견 제작사 뮤지컬 해븐이 경영난을 겪다 6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8월 재연이 예정됐던 ‘스위니 토드’와 올해 초연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키다리 아저씨’의 공연이 취소됐다. 박용호 뮤지컬 해븐 대표는 당시 “뮤지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제작비는 그 이상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뮤지컬계에 시장 성장폭보다 제작비 상승폭이 높은 ‘거품’이 형성돼 있다는 의미였다.

해븐의 법정관리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두 도시 이야기’ 7월 29일 저녁 공연이 시작 직전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제작사인 비엠코리아가 배우와 스태프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외관상 화려하게만 보였던 뮤지컬계가 잠깐의 자금난으로도 휘청거리는 구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연극무대의 구조적 부실은 더욱 심각했다. 인터넷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집계에 따르면 올해 무대에 오른 연극은 지난해 대비 200편 이상 증가한 총 1,821편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티켓 판매액은 총 243억원으로 2011년(1500편ㆍ251억원)과 2012년(1560편ㆍ244억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극인들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서울연극제가 대학로 아르코대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대관심사에서 처음으로 탈락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1월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가 ‘서류미비’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극장 대관을 불허하자 연극제 주최측인 서울연극협회(협회)가 반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한팩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연극계에는 “한팩이 올해 5월 연극제 기간 중 벌어진 모금행사에 대해 ‘인가 받지 않은 모금행사를 했다’는 이유로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일로 한팩은 대학로 안팎으로부터 “불황에 허덕이는 연극계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사다난했던 공연계였지만 재도약의 발판이 마련되기도 했다. 뮤지컬 ‘킹키부츠’ ‘프리실라’ ‘라카지’, 연극 ‘프라이드’ ‘M.버터플라이’ ‘수탉들의 싸움’ 등 성소수자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관객몰이에 성공하면서 공연 소재의 폭을 넓혔다. 또 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창극단 창립 이래 최장기 공연(26일간 23회)을 기록했고 세계적인 거장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등 창극 부활의 신호탄을 쏜 한 해였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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