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9시 매출 비중 절반 넘어
심야·새벽 이용 갈수록 감소
초·중순에 조용히 마무리 경향도
서울 강남의 한 투자자문사는 지난 17일 인근 요리학원에서 회사 송년회를 했다. 사장을 포함해 32명의 전체 임직원이 참여해 5개조로 나눠 대회 형식으로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한 해를 정리했다. 물론 ‘2차’는 없었다. 이 회사 최준철 대표는 “젊은 직원, 여직원 비중이 많다 보니 술자리를 부담스러워 한다”며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송년회를 하다 보면 친밀감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미영(38)씨는 이달 초 직장 동료들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본 뒤 와인 한 잔씩을 가볍게 마시는 것으로 팀 송년회를 갈음했다. 김씨는 “팀원 누구도 송년회라고 해서 과도하게 술 마시는 걸 원치 않았다”며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도 볼 수 있었고, 대화도 깊이 있게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년회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2차, 3차까지 자리를 이어가며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는 송년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과거엔 연말에 집중적으로 몰리던 것과 달리 이제는 12월 초, 늦어도 중순에 대부분의 송년회가 마무리된다. 북적대는 연말보다는 조용한 시기에 송년회 자리를 갖길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경기 불황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달라진 송년회 문화는 신용카드 매출 정보를 통해서 확인된다. 25일 한국일보가 신한카드 빅테이터센터와 함께 최근 3년간 매출 정보를 분석해 본 결과 12월 유흥ㆍ요식업종(올해는 1~15일)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오후 5~9시였다. ▦오후 5~9시 ▦오후 9~11시 ▦오후 11~오전 1시 ▦오전 1~7시 등 4개의 시간대로 분석해본 결과 오후 5~9시의 카드 이용건수 비중이 올해의 경우 53.9%에 달했다. 특히 2012년 48.3%, 2013년 50.4% 등 해마다 이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용 금액 비중도 2012년 31.2%에서 2013년 33.4%로, 올해는 36.8%로 뛰었다.
반면 오후 9~11시의 카드 결제 이용 건수는 2012년 29.6%에서 2013년 29.3%로, 올해는 28.1%로 꾸준히 줄었다. 특히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는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새벽 1~7시 사이의 유흥ㆍ요식업종 카드결제 이용 건수 비중은 11.1%에 불과했다. 2012년(16.4%)보다 5.3%포인트나 낮아졌다.
바쁜 연말을 피해 송년회 시기를 12월 초순이나 중순으로 앞당기는 경향도 카드 매출을 통해 확인됐다. 유흥ㆍ요식업종의 하루 평균 카드 승인 건수를 분석한 결과 1,2주차의 매출 승인은 매년 꾸준히 늘었다. 12월 첫째 주 하루 평균 카드 승인은 2012년 19만7,000건에서 올해는 21만4,000건으로 늘었고, 둘째 주는 20만4,000건에서 22만9,000건으로 늘었다. 반면 셋째 주의 하루 평균 카드 결제는 2012년 23만건에서 지난해 22만8,000건으로 줄었다.
박창훈 신한카드 빅데이터 마케팅팀 부장은 “인식 변화에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송년회 트렌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유통과 요식업에 집중됐던 연말 카드사 프로모션 역시 공연과 여행 등으로 다변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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