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10여 년 만에 다시 경험한 포장이사의 편리함에 감탄했다. 중년 남성 3명과 여성 1명으로 구성된 4인조 이사팀이 아침 일찍 방문, 책과 가구, 전자제품 등을 포장해 오후에 이사 갈 집에 옮겨 놓았고, 집 주인은 손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었다. 아파트는 저층이라 사다리를 쓰지 못했고, 단독주택은 골목에 있어 많은 짐을 손수 등에 지고 날라야 했는데도 불평 한마디 없었다. 식기는 찬장에, 책은 책꽂이에 원래 있던 형태보다 더 깔끔하게 진열돼 있었다. 마지막에 공기정화기와 스팀청소기로 소독 및 바닥청소까지 해주는 완벽한 풀 서비스였다.
▦ 몇 년 전 미국 동부 소도시에서의 이사 경험은 끔찍했다. 비용으로 치면 한국식 포장이사의 절반 정도였지만 서비스는 엉망이었다. 물론 현지에도 포장이사가 있었지만 비용이 턱 없이 비쌌다. 먼저 이삿짐센터에서 트럭을 빌리고, 필요한 인원만큼 시간 단위로 인부를 따로 사야 했다. 그런데 멕시코계 인부들은 하나같이 굼떴고, 이미 박스로 포장돼 있는 짐을 옮기는 게 전부였는데도 시간만 끄는 듯 보였다. 인부들에 섞여 직접 나르고 집을 정리했더니 며칠을 몸져누웠다.
▦ 해외에 나가 보면 한국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최고 수준임을 실감한다. 미국에서는 최소 1주일이 걸리는 인터넷 개설이나, 은행카드 발급이 즉석에서 가능한 나라, 전화 한 통이면 언제든 자장면이나 탕수육이 오토바이로 수분 내 배달되는 나라, 한국뿐이다. 해외에 조기 유학한 초중고교 학생들이 방학 때 귀국해 학원 다니느라 바쁜 경우가 많은데, 미리 학습 진도를 한국만큼 잘 빼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란다.
▦ 정부가 내년에 유망 서비스업의 해외진출 및 글로벌화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의 서비스업은 201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약 70~8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58.2%)이라 발전 가능성이 크다. 또 취업자 1인당 생산하는 부가가치를 뜻하는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투입비용 대비 산출효과가 그만큼 낮다는 의미인데, 소비자 입장에선 서비스의 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말도 된다. 빠르고 편리한 한국식 서비스업이 일자리 창출과 수출의 일등공신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