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기준 담은 시행규칙 나오는 내년 2월 과세 여부 윤곽
정부가 25일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기업소득 환류세제 과세 기준을 구체화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5,500억원을 들여 매입 계약을 체결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의 투자 인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전 부지 매입이 환류세제에서의 '투자'로 인정되면 현대차그룹은 소득 중 투자·임금 증가·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 높아지면서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자기자본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이나 상호출자제한기업이 투자나 임금 증가, 배당액에 쓴 돈이 당기 소득의 일정 비율에 못 미치면 기준 금액과의 차액에 대해 10%를 과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투자와 임금 증가, 배당액을 모두 계산하는 경우에는 소득의 80%, 투자를 제외하고 임금 증가와 배당액만 계산하는 경우에는 소득의 30%가 기준이다.
일단 시행령에 업무용 건물 신·증축 건설비와 이를 위한 토지 매입액을 유형고정자산 투자로 인정해주는 내용이 담기면서 현대차그룹이 혜택을 볼 가능성은 커진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업무용'의 구체적인 범위는 내년 2월 발표하는 시행규칙에서 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법인세법에서는 건축물이나 시설물 신축용 토지의 경우 취득일로부터 5년 안에 법인의 업무에 직접 사용하는 경우를 업무용 토지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예외 규정이 많아 업무용 토지로 인정받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에서도 취득한 후 일정 기간 내에 착공 등 건설 투자에 착수하면 투자로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유력하다.
다만 기업소득 환류세제 자체가 3년 한시법인 만큼, 법인세법처럼 5년 정도의 넉넉한 기간을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3년 한시법인 점을 감안해 시행규칙에서 어느 정도 기간으로 할지를 정할 것"이라며 "다만 업무용 공간 판단 기준이 현재 법인세법에서 5년인데, 그렇게 길게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동산 매입 후 1년 내에 착공하는 경우에만 투자로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착공 이전에 거쳐야 하는 인허가 등 절차가 복잡한 것을 감안해 기준 시점은 '허가 신청' 등으로 정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을 지어야 업무용으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공장을 짓기 위한 토지 매입은 수월하게 인정될 수 있겠지만 사옥 등은 해당 여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에 통합 사옥과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호텔 등을 지을 계획인데, 만약 환류세제 시행령상 업무용 부동산 인정 범위가 공장 부지 등으로 협소하게 정해진다면 이를 투자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사옥이나 연구소 등은 업무용으로 인정되고, 호텔 등은 인정되지 못하는 등 종류별로 다른 규정을 적용받을 가능성도 있다.
업무용 부동산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매입 완료 이후 시행령에 정해진 기간 안에 착공 등 구체적인 행위를 시작하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투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9월 한전과 매입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각종 절차를 거친 뒤 매입이 완료되는 시점은 내년 9월로 예정돼 있다.
또 시행령에서는 투자 자산 취득 후 2년 내 양도나 임대를 할 경우에는 다시 세금을 추징키로 해 업무와 무관한 '부동산 수익 사업'을 할 경우에는 세금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문창용 세제실장은 "현대차 삼성동 부지의 투자 인정 여부에 관심이 많은데, 해당 부지의 사업 계획도 잘 모르는데다 정부가 특정 기업에 맞춰서 (정책을) 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한편, 정부의 업무용 토지의 투자 인정 방침에 따라 경기 침체 속에서 투자를 꺼리는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려고 설비 투자보다는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열을 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무용 기준을 엄격하게 정하지 못할 경우에도 제도 악용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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