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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디스전'을 진지한 힙합정신으로 볼 순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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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디스전'을 진지한 힙합정신으로 볼 순 없나요

입력
2014.12.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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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가 몰고 온 아이돌 간 비방전

성숙한 아티스트로 성장 계기 될 수도

바비
바비
아이돌 그룹 소속 래퍼들이 랩을 통해 서로를 언급하고 있다. 1월 데뷔 예정인 그룹 '아이콘'의 바비(위)가 '쇼미더머니3'에서 자신의 그룹을 겨냥하자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 자작랩을 선보여 대응했다. CJ E&M,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그룹 소속 래퍼들이 랩을 통해 서로를 언급하고 있다. 1월 데뷔 예정인 그룹 '아이콘'의 바비(위)가 '쇼미더머니3'에서 자신의 그룹을 겨냥하자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 자작랩을 선보여 대응했다. CJ E&M,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엠넷 ‘쇼미더머니 3’의 우승자 바비를 중심으로 한 ‘아이돌 디스전’이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바비가 자신의 ‘쇼미더머니 3’ 참가곡 ‘연결고리’와 ‘가드 올리고 바운스’에서 다른 힙합을 표방한 아이돌 그룹을 '저격했다'는 주장이 이야기의 시발점이었다.

실제로 바비의 가사는 다분히 다른 아이돌 래퍼들을 의식하고 있다. “빌어먹을 음치 녀석들은 랩하며 계속 훼손을 시켜 / 만약 안 찔린다면 지금 당장 넌 바비를 씹어”(‘연결고리#힙합’)란 가사는 사실상 모든 아이돌 래퍼들에 대한 도전장이다. ‘가드 올리고 바운스’는 더 노골적이다. “비리비리한 남자친구들 / 너란 여자한테 더 센 척 할 때”는 그룹 보이프렌드의 ‘너란 여자’를, “상남자처럼 방탕하게”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상남자’를 겨냥한 표현이다.

이에 보이프렌드와 방탄소년단 역시 랩으로 응답했다. 보이프렌드의 ‘비위치’는 “난 만족 따윈 안 시켜 지금 이 노랠 듣는 귀들이 내 안식처 / 투 마이 해터스(To my all hatters) 가드 따윈 안 올려 맨”이라고 시작한다. 바비의 ‘가드 올리고 바운스’를 염두에 둔 가사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랩몬스터 역시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공연에서 “가드 올리고 따라와봐”라는 어구를 삽입했다.

일각에서는 ‘아이돌 디스전’에서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군 ‘컨트롤 디스전’을 연상한다.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 빅션이 2013년 발표한 ‘컨트롤’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켄드릭 라마가 상업화한 미국의 힙합계를 비판하자 이에 영향을 받은 한국의 아티스트 스윙스가 같은 음악 위에 한국어 랩을 얹어 한국 힙합계의 각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대중의 관심을 받은 것은 다이나믹듀오의 멤버 개코와 슈프림팀의 전 멤버 이센스 사이의 공방전이었다. 한때 같은 소속사에 머물렀던 둘은 가십거리에 가까운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도 완성도 높은 랩을 보여줬기에 대중과 힙합 팬 양측에서 화제가 됐다.

이에 비하면 지금 이어지는 '아이돌 디스전'을 진짜 디스라 하기는 어렵다. 바비와 방탄소년단, 보이프렌드의 서로를 향한 공격은 노골적이지 않다. 오히려 서로를 언급함으로써 서로를 의식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에 가깝다. 이는 힙합 아티스트 사이에서는 흔히 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유명 랩 일부분을 패러디하거나 별명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충분한 관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빅스의 멤버 라비가 독자적으로 발표한 ‘디스 헤이터’는 아예 전면적으로 “우린 모두 아이돌”이라 선언하면서도 “(힙합을 죽인) 범인이 우리들은 아니야”라고 항변한다. 같은 일을 하는 입장에서 이들이 서로를 정말 깎아 내리려고 랩을 만들었을까. 단지 이들은 “나는 단순한 아이돌 이상의 존재” 임을 밝히고 싶어할 뿐이다. 힙합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은 ‘아티스트를 지향하는 아이돌’이라는 이들의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 바비를 비롯한 아이돌들은 팬들의 요청에 응답해 아이돌 래퍼라 할지라도 힙합에 대한 자세만은 진지함을 밝힌 셈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돌 디스전’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심각하다. 이들의 경쟁 의식은 지금은 아이돌 그룹 멤버지만 나중에는 자신만의 생각을 뛰어난 랩으로 펼칠 수 있는 성숙한 힙합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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