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주 소도시 퍼거슨 인근에서 10대 흑인 청년이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4개월 만에 또 발생했다.
24일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퍼거슨에서 약 3.2㎞ 떨어진 버클리시의 한 주유소에서 전날 오후 11시15분쯤 흑인 청년 안토니오 마틴(18)이 이 곳을 순찰하던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 백인 경관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존 벨머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서장은 기자회견에서 여자 친구를 만나려고 주유소를 찾은 마틴은 경관을 향해 권총을 겨눴고, 생명에 위협을 느낀 경관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마틴을 향해 3발을 쐈다고 밝혔다. 이 중 한 발이 적중해 마틴은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경찰은 마틴이 경관을 향해 발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벨머 서장은 마틴을 숨지게 한 경관은 백인이고, 버클리시 경찰서에서 6년간 근무해왔다며 조만간 현장을 떠나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마틴의 사망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 이를 듣고 주유소로 몰려온 시위 인원은 경찰을 상대로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속에 대형 폭죽과 같은 인화성 물체가 현장에서 터지는 장면이 TV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경찰 2명이 다친 가운데 과격 시위를 벌인 4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측이 공개한 주유소 감시카메라에 따르면 멀리서 찍힌 영상이나 마틴이 9㎜ 권총을 경찰에 겨눈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감시카메라 영상에 총격 당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벨머 서장은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을 느낀 순간에 경관이 테이저총이나 후추 분무액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는 사실을 감시카메라 영상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마틴의 어머니인 토니 마틴은 “아들이 학교에서 퇴학당했지만,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직업훈련원에 등록해 기술을 배울 것을 권유하던 차에 비극이 벌어졌다”고 흐느꼈다. 미주리주 상원의원인 마리아 채플 네이덜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틴이 무장한 상태였다면 이는 퍼거슨의 사건과는 약간 다른 성격을 띤다”며 시위대에 진정을 호소했다.
지난 8월9일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의 총에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 퍼거슨은 이후 미국 내 흑백 차별 철폐와 경찰ㆍ사법 시스템 개혁 운동의 중심지 노릇을 해왔다.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지난달 말 윌슨 경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내린 뒤 퍼거슨을 점령한 인권 시위대의 분노가 더 확산하던 상황에서 벌어진 또 다른 흑인 청년 피격 사망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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