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위기시대의 위기관리 전략

입력
2014.12.24 20:00
0 0

우리는 위기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개인, 기업, 정부, 국제사회 어느 한 곳도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론에 연일 오르내리는 대형사건만 하더라도 세월호 침몰, 땅콩 회항, 북한의 군사도발, 소니 영화사 해킹, 원전정보 해킹, 에볼라 질병 확산, 이슬람국가 테러, 청와대 문건 유출, 경제침체 등 끝이 없다. 이런 위기는 해당 조직의 귀한 자원을 소진시키고,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조직의 생존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그렇다면 위기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사실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근래 사회의 급격한 변동으로 더욱 빈발하고 피해가 더욱 크다. 세계화와 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사회의 개방성과 투명성과 전파성이 매우 높다. 사회의 선진화로 법령준수와 윤리성의 요구도 더욱 엄격하다. 개인과 기업의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그 결과, 아무리 경쟁력 있는 조직도 언제 한순간의 위기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위기관리의 필수 원칙과 고려사항을 제시한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단체, 정부에도 적용된다.

첫째, 위기관리의 첫 단추는 위기를 인식하는 것이다. 여기서 위기란 예상치 못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조직의 생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말한다. 주로 인명ㆍ안전ㆍ환경의 위해, 법령 위반, 조직의 평판 훼손 등이 해당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위기 징후의 불편한 현실을 맞이하면 외면하거나, 합리화하거나, 심각성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경직된 조직은 위기 인식과 대응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고, 이에 대한 견제와 교정도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하고, 이를 논의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토록 한다. 일상적인 사건에 대해 과잉의 위기대응도 문제지만, 위기를 일상적 사건사고로 치부하고 위기관리를 하지 않는 것은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둘째, 위기관리체제를 운영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홍보와 법률전문가를 포함하는 위기대응팀을 즉각 가동한다. 조직의 집단적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부자문가도 참가해야 한다. 그런데 즉각적인 판단과 행동을 요구하는 위기의 속성을 감안할 때 급조된 위기관리팀에게서 효과적인 위기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평소 위기관리체제를 유지하고 정례적으로 위기관리 연습을 해야 한다.

잘 발생하지도 않는 위기에 대비해 추가비용을 들여 대응조직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업무환경의 불확실성이 높고 위기 발생 시 피해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 평소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셋째, 위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초기 단계에 신속하고 과감히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책임자가 전면에 나서야 하고, 현장 중심 대응이 필요하다. 책임자의 현장 대응 모습은 조직 전체가 사안을 중시하고 고통을 공유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위기대응은 동정심, 인간성, 과단성을 보여야 한다. 비용을 무시한 과감한 조치는 생명ㆍ안전ㆍ환경 등 공익을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점을 과시하는 효과가 있다.

넷째, 핵심 이해관계자와 상시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만을 말해야 한다. 위기는 반드시 나쁜 소식을 동반하는데, 가능하면 고통과 분노를 조기에 한꺼번에 노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사건 초기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리고, 회피성이나 모호한 발언은 피해야 한다.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해 해당 기관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 공간은 억측과 왜곡된 정보로 채워질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의 격언에는 남을 비난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위기 국면에서 설사 내부 구성원이 잘못했다 하더라도 이를 비난하거나 속죄양을 찾는 것은 반생산적이다. 이는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창의성과 헌신성을 말살시키기 때문이다. 위기 해소 이후 잘잘못을 가려도 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