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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크리스마스 축하 금지하던 시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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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크리스마스 축하 금지하던 시절 있다

입력
2014.12.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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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의 헨리 8세가 작곡한 캐럴 ‘호랑가시나무는 푸르게 자란다(Green Groweth the Holly)’

12월이 되면 거리마다 울려퍼지는 캐럴은 크리스마스의 상징이다. 12~14세기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던 캐럴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런데 한때 캐럴이 금지되었던 적이 있다. 16~17세기 유럽에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쇄신을 요구하며 등장했던 종교개혁을 기점으로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것은 금지되었다. 이교도(자기가 믿는 종교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적인 성격이 강해 기독교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는 것은 정치적 행동으로 간주되었다. 실제로 초기 기독교인들이 부르기 전까지는 동지(Winter Solstice)와 같은 날에 이교도들이 부르곤 했다.

캐럴은 언제부터 불러졌을까. 캐럴이라는 단어는 프랑스어‘카롤르(carole)'에서 파생되었다. 카롤르는 원 모양을 그리며 추던 춤의 일종을 뜻한다. 캐럴의 시작은 서기 129년 로마의 주교가‘천사의 찬송(Angel’s Hymn)’이라는 캐럴을 로마 내 모든 교회에서 예배 시 부르도록 선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헨리 8세(1491-1547)는‘호랑가시나무는 푸르게 자란다(Green Groweth the Holly)'라는 캐럴을 직접 작곡하기도 했다. 19세기경 영국에서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무렵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캐럴을 부르는‘캐럴링’이라는 풍습이 퍼지며 캐럴은 크리스마스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17세기 당시 영국 의회를 이끌었던 정치인 올리버 크롬웰과 그의 동료인 청교도들은 캐럴을 부르는 것을 혐오할 뿐 아니라 죄악으로 여겼다. 크롬웰은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것들의 목록을 작성했고, 맨 위에 크리스마스와 이 축제를 축하하는 모든 것(캐럴)이 있었다. 그들은 가톨릭계가 12월 25일을 축하하는 것을 소모적인 전통이라고 비난했다. 1644년 의회는 사실상 크리스마스 축제를 금지했으며 1647년 6월, 장기 의회(찰리 1세가 1640년 소집해 1660년까지 계속된 청교도 혁명 때의 의회)는 크리스마스 축제를 폐지하는 조례 법안을 통과시켰고 캐럴을 부르는 것도 당연히 금지되었다.

그렇지만 영국 사람들은 쉽게 침묵하지 않았다. 거의 20년간 크리스마스가 금지되었지만, 비밀리에 종교 조직을 결성해 12월 25일을 축하했고, 캐럴을 불렀다. 결국 1660년 영국 왕가는 1642년부터 60년까지의 크리스마스 금지 법안이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후 크리스마스를 자유롭게 축하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캐럴들은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새로 재구성되기도 했다. 18세기 때와 빅토리아 시대는 캐롤의 황금시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보물 같은 캐럴이 이때 탄생했고 지금도 많이 불려지고 있다. 이 당시 작곡된 곡으로는 ‘참 반가운 성도여(O Come All Ye Faithful)’,‘유쾌한 신사 여러분의 명복을 비옵니다(God Rest Ye, Merry Gentlemen)’등이 있다.

왜 사람들은 이런 역경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캐럴을 불렀을까? 캐럴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클래식을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이던, 음악학 학위가 없는 사람이던 간에 상관없이 모두가 캐럴을 즐길 수 있다. 영국 캠브리지 클레어 대학의 음악교수 그레이엄 로스는“크리스마스 캐럴은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힘이 있다. 사람들은 캐럴이 들려오면 하던 것을 멈추고 사람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 날을 축하한다. 잘 알려진 캐럴을 함께 부르는 것은 문화와 언어와 정치적 배경을 뛰어넘어 하나가 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김지수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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